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연]감정이입 덜된 캐릭터, 반주에 묻힌 가창력

입력 | 2011-02-15 03:00:00

뮤지컬 ‘뉴 씨저스패밀리’
노래★★★ 대본★★☆ 연출★★☆ 연기★★☆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뮤지컬 ‘뉴 씨저스패밀리’ 는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했고 실감나는 캐릭 터 구축에도 실패했다. 사진 제공 무크컴퍼니

뮤지컬의 성공 여부를 극에 대한 관중의 몰입 정도로만 판단한다면 코믹 창작 뮤지컬 뉴 씨저스패밀리(연출 이종오·극본 최승진)를 성공작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2006년 초연 작품을 5년 만에 손봐 11일부터 새로 무대에 올렸는데 극중 인물의 대사가 유행이 지난 지 오래된 옷처럼 생뚱맞아 억지스러운 웃음을 강요한다.

중국집 배달원 철가방(이재혁)이 미용사 샤론 리(은설)에게 구애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한 예. 철가방이 “자꾸 예쁜 척하면 뽀뽀 사형해 버릴 거야”라고 하자 샤론 리는 교태 섞인 음성으로 “그러면 난 사형수∼”라고 답한다.

무대 배경은 달동네의 ‘가리봉 미용실’. 원장(유채정)의 남편 박치기(서영주)는 어느 날 복권 당첨번호를 알려주는 꿈을 꾸고 아내에게 번호를 불러준다. 하지만 부인은 복권 살 돈으로 두부를 산다. 그 번호가 당첨번호인 것을 안 박치기는 아내가 100억 원의 당첨금을 찾아 젊은 남자 미용사 찰스(함승현)와 나눠 가지려는 것으로 오해한다. 이 와중에 찰스는 한물간 술집마담(김현숙)과, 철가방은 새로운 미용사 샤론 리와 사랑에 빠진다.

코믹물을 표방했지만 극의 분위기는 가벼움과 진지함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면서 보는 사람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게 만든다. 일부 배역은 극중 역할과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아 감정이입을 어렵게 했다. 박치기는 과거에 사기도 많이 당하고 우유부단한 철부지 캐릭터지만 그 배역을 맡은 배우 서영주 씨는 부잣집 아들 같은 깔끔한 외모여서 이미지 충돌이 일어났다.

남편이 알려준 복권번호가 100억 원 당첨번호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는 원장의 반응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박치기가 돼지꿈 얘기를 하면서 앞 줄 관객 4명을 세워 놓고 돼지 코를 씌운 것은 오히려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배우들의 가창력은 나쁘지 않은데 배경음악이 너무 커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박치기 역으로 이병준 조원희 서영주 씨가, 원장 역엔 노현희 유채정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5만5000원.4월 24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02-766-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