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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같은 증상으로 처방받은 약, 왜 값도 모양도 다른가요?”

입력 | 2011-02-16 03:00:00

복제약 값 선진국선 신약의 30%, 우리나라선 최고 68%
모든 약가 공개되지만 의사-환자가 비교해보기는 거의 불가능




 

《똑같은 증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았는데도 약국마다 가격 차이가 크고 약의 종류도 다를 때가 많다. 이번엔 약값과 약의 종류가 왜 그렇게 다른지 파헤쳐 봤다.

이진한 기자 : 환자가 같은 증상으로 이 병원 저 병원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처방을 받아 약국에 가면 주는 약도 다르고 약값도 조금씩 다릅니다. 증상이 비슷하니 주는 약도 비슷할 것 같은데, 같은 약인데도 모양이 다르고 가격도 달라질 수 있나요?

권용진 교수 : 그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성분과 효능이 같지만
모양도 다르고 가격도 다른 약이 많이 있다는 것이죠.》

 

▽이=A제약회사의 B약과 C제약회사의 D약이 ‘FF’라는 같은 성분의 원료로 만들어졌으나 B약과 D약은 생긴 것도 다르고 가격도 다를 수 있다는 얘기죠. 같은 성분의 약은 한 가지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여러 가지 약이 생기는 건가요.

▽권=대개 신약이 만들어지는 데 15년 정도 걸리고 5000억 원 이상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니 신약이 나오면 10년 이상 특허기간을 인정해 주고 있죠. 그 기간이 지나면 특허가 풀리고 싼 약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효능과 효과가 같냐는 것이죠.

▽이=그렇네요. 효능이 같다면 보다 싼 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권=약효가 같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란 것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같은 기준을 사용해서 하는데 이 시험에 통과하면 같은 약이라고 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약들이 생동성 시험을 통과했지만 2006년에 시험 결과를 조작한 사건이 있은 후로는 의사들이 그 결과를 잘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생동성 시험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일이겠네요. 그럼 가격 차이는 어떤가요.

▽권=복제약들은 연구개발비가 안 들기 때문에 신약보다 가격이 많이 낮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선진국들은 신약 대비 복제약 값이 30%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가장 먼저 만드는 복제약의 경우 68%까지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이=그런데 환자들은 그런 약들이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합니다. 같은 성분 같은 효능이라면 굳이 비싼 약을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권=문제는 성분과 효능이 같고 가격만 다른 약이 몇 개나 있는지,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의사도 일부러 찾아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환자가 약값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공개가 돼 있진 않나요.

▽권=모든 약가는 공개됩니다.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의 종류도 공개돼 있고요. 그런데 환자가 같은 성분의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을 비교해서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 사이트를 뒤져야 겨우 알 수 있어요.

▽이=사실 환자가 그걸 비교해 본다고 해도 의사가 처방한 후에야 알 수 있는 일인데요. 결국 의사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권=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 중에 가장 싼 것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려주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일일이 찾아볼 수 없으니 자동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일선 의사들의 요청입니다. 가령 처방전에 의사가 처방한 약 바로 아래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 중에 가장 싼 약이 자동적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의사도 자신이 처방한 약보다 얼마나 싼 약이 있는 줄 알게 됩니다. 그런 시스템에 환자가 접근할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이=그래야 의사도 처방할 때 생각을 해 볼 수 있고 환자도 싼 약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권=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은 약사가 환자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바꿔줄 수 있게 되어있다는 것이죠. 바꿔준 다음에 바꿨다고 환자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이
=이해할 수가 없군요. 환자의 동의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권=아직은 생동성 시험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분과 효능이 같은 약에 대한 선택권을 의사가 갖고 있습니다. 환자가 가격을 알면 복제약 약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생동성 시험에 대한 신뢰도 향상도 필요합니다.

권 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환자는 효과가 같은 약이 있더라도 싼 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의사나 약사가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냥 처방해 주는 약, 조제해 주는 약을 주는 대로 먹기 보다는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다음엔 응급실에서 환자가 살아남는 법을 알아보도록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