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나 떨고 있니”라는 유행어를 남긴 최민수. 스포츠동아DB
북아프리카 이집트의 국민이 험난한 민주화의 여정에 발을 내디뎠다. 현재 이집트의 상황은 1980년 ‘서울의 봄’을 떠올리게 한다는 시각이 많다. 18년 독재가 청산되고 군부가 서서히 권력을 움켜쥐고 있을 때, 민주화의 봄이 찾아오려나 싶었지만 끝내 좌절해야 했던 역사. 많은 젊음이 숨죽여 울거나, 절규하거나, 외치거나 아파했다. 그 속에 1995년 오늘 막을 내린 드라마 ‘모래시계’의 태수와 우석 그리고 혜린도 있었다.
‘모래시계’는 SBS가 그해 1월9일부터 방송한 24부작 드라마다. ‘여명의 눈동자’의 김종학 PD·송지나 작가 콤비의 작품. 고현정, 최민수, 박상원이 주연을 맡아 1970년대 후반부터 19990년대 초반까지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각각 검사와 조폭이 된 친구, 카지노 대부와 그의 딸, 이들이 정치권력의 비자금을 둘러싸고 펼친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한 굴곡진 역사를 세밀히 그려냈다.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정치권 비자금, 검찰 외압 등 당시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현대사의 아픔과 사회적 이슈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5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많은 시청자가 일찍 귀가하면서‘귀가시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모래시계’는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 연기자들의 열연과 빛나는 연출력이 조화를 이뤄 한국 드라마의 질적·양적 성장이 돋보이는 지금에도, 빛나는 명작으로 남아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