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3년 맞는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닭을 많이 만들어 병아리를 키우겠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 유영구 총재는 제9구단에 이어 10구단 창단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를 먼저 발전시켜 아마추어 야구를 살리자는 얘기였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유 총재는 취임 3년째를 맞아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의 물꼬를 텄다. 정보기술(IT) 업체 엔씨소프트와 창원시를 9구단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1990년 쌍방울(현 SK)이 8구단으로 탄생한 지 21년 만이다. 1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5층 집무실에서 만난 유 총재는 “프로야구 출범 30년이 되는 올해는 600만 관중시대를 열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9구단 창단을 놓고 기존 구단들은 말이 많았다. IT 중견기업인 엔씨소프트가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유 총재는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유 총재는 김택진 대표에게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어린이를 어두운 게임장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야구단을 만들어 그들을 야구장으로 유도하겠다”고 했다. 또 9구단 창단 기준에 30대 기업이 포함돼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선 “사재를 털어서라도 100년간 야구단을 운영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 “10구단 창단? 9구단보다 더 쉽다!”
유 총재는 이미 10구단의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인구 100만 명이 넘고 기존의 야구장이 있는 지역 가운데 경기도가 의지를 갖고 있어요. 경기도가 창원시의 70∼80%만 지원해준다면 창단할 기업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야구에 대한 애정이죠.”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고졸 선수가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는 수는 전체의 10%에 불과해요. 프로야구단이 늘면 고교 선수에게 기회가 많아지죠. 프로야구단이 해당 지역 고교 야구를 지원하면 야구 인구도 늘어날 겁니다.”
○ “야구 인프라 지방부터 개선”
유 총재는 인기에 비해 부실한 야구 인프라 개선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광주구장은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14년 완공된다. 대구는 2만5000석 규모의 개방형 구장을 짓기로 했다. 창원시는 마산구장을 리모델링하고 3000억 원을 투자해 새 야구장을 세울 예정이다.
문제는 서울. 한국을 대표하는 잠실야구장은 1982년 지어져 시설물이 노후한 상태다. 유 총재는 “잠실수영장 용지 등에 새 야구장 건설과 관련해 두산 LG 서울시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총재는 “다문화가정 등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친환경을 지향하는 프로야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일까. “야구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입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고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죠. 두 팀 간의 두뇌싸움이 그라운드에서 펼쳐집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네댓 시간을 즐기는 건 야구뿐이잖아요.”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