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패션-유통-마케팅 분야서 ‘男부럽지 않은 파워’
○ 어머니가 강하면 딸도 강하다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사장이 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필두로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이 현대U&I 전무,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 등이 대표적인 차세대 여성 리더다.
재계 딸들의 경영 참여에는 집안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 동양그룹, 현대그룹 등 어머니나 외가의 영향력이 있는 그룹은 딸들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이 현대U&I 전무는 각각 대표적 재계 파워우먼으로 꼽히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딸이다.
차세대 여성 리더 13명 가운데 해외 유학을 다녀온 사람은 절반이 넘는 7명(53.8%)에 달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해외에서 학위를 받았고 STX 강덕수 회장의 장녀 강정연 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
○ 그녀들의 특징
재계 딸들의 특징은 패션과 서비스, 마케팅에 주로 포진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진로를 명확히 했다. 신세계백화점 광고 및 마케팅 부문 총괄인 정유경 부사장은 예원학교-서울예고-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을, 제일모직에서 패션 부문을 맡은 이서현 부사장은 서울예고-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각각 나왔다.
미식가로 알려진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는 예원학교-서울예고-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한항공에서 기내 서비스와 호텔 사업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광고기획과 마케팅 분야에서 쌓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 딸들의 한계
잘나가는 재계 딸들이지만,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은 있다. 오빠나 남동생처럼 잠재적 기업 총수로서의 교육 과정은 밟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딸들이 거친 교육 코스는 대개의 남성 후계자들이 해외 MBA를 다녀온 후 아버지 회사에서 기획, 전략, 재무 부문을 거치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딸들은 좀 더 실무적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딸들은 현대가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정 회장을 묵묵히 뒷바라지해 왔던 어머니 고 이정화 여사의 ‘그림자 내조’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는 각각 해당 회사에 직함을 갖고 있지만 활동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40세 전후에 해당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지만 정성이 고문은 매일 출근하는 것이 아니며 주요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수준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이노션은 설명했다.
엄격한 유교적 가풍이 있는 LG, GS, LS그룹에는 경영 수업을 받는 딸이 한 명도 없다. 4남 2녀를 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손녀가 12명이다. 구 명예회장의 두 딸은 물론이고 12명의 손녀 중 LG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LG 관계자는 “전업주부이거나 아직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의 장녀 연경 씨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결혼했으며 차녀 연수 양은 고교 재학 중이다.
LG그룹에서 갈라져 나간 GS, LS그룹에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딸은 없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세 동생인 태회 LS전선 명예회장, 평회 E1 명예회장, 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독립해서 만든 LS그룹의 3세들 중에는 딸이 12명이지만 아무도 해당 그룹에 입사하지 않았다. 5명은 전업주부이며, 7명은 학생 혹은 취학전이다. GS 허창수 회장의 딸인 윤영 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딸인 지영 씨 역시 뚜렷한 사회활동은 없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