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순간적 행복감은 뇌 화학변화 측정 가능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던 질문을 시대의 지성에게 던져 주십시오. 자신의 문제이자 모두의 의문인 질문, 사안의 본질과 근원을 따지는 질문 등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몰라 소중하게 담아 두었던 질문에 답변이라는 짝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종교 등 분야는 가리지 않습니다. 지식과 지혜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를 찾아 답을 듣겠습니다. 격주로 연재합니다.》
과학적으로 이 질문에 답해 보자면, 우선 행복을 조작 가능한 방식으로 정의해야 한다. 행복이란 소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이 적고, 현재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쁨과 즐거움이 종종 찾아오리라 기대하는 상태 정도로 말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1960년대 파푸아뉴기니 고원지대에 살고 있는 포레족을 찾아가 그들의 감정표현을 연구했다. 그가 발견한 것은 포레족의 언어를 몰라도 그들의 미소와 웃음에서 보편적인 긍정 감정과 행복감을 측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행복 측정은 수많은 장애물을 잘 넘어야 한다. 왜곡의 법칙이 그 대표적인 방해꾼이다. 삶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설문조사 직전에 우연히 동전 10센트를 줍도록 설정하면, 겨우 동전 하나만으로 ‘살아온 삶 전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40년간 분노와 우울,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무려 15만 편의 논문이 출간된 반면 행복과 기쁨, 만족에 대한 논문은 8000편에 불과한 것도 그 때문이다. 행복은 우울에 비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무엇보다 주관적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행복을 찾아가는 67억 개의 길을 ‘모두’ 탐색할 순 없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위안이 되기도 한다. 행복감에 오래 젖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상태를 바꾸고 노력하도록 우리 뇌가 디자인돼 있기에 우리는 계속 ‘행복을 추구하는 위대한 동물’이 된 것이니까. 그것이 행복의 측정을 궁극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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