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다른 12명의 교수 과학-이성 속의 감성 찾아 머리를 맞대며 고민 또 고민그러다 보니 학문 융합의 아이디어가 불현듯 ‘쏙쏙’ 떠올랐다
학문 간 융합을 도모하는 연세대 감성사업단 교수들이 지난달 31일 연세대에서 모였다. 왼쪽부터 기계공학과 정효일 교수, 작곡과 윤성현 교수, 주거환경학과 윤정숙 교수,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 사학과 김도형 교수(연세대 박물관장), 식품영양학과 박태선 교수, 언론홍보영상학과 김주환 교수, 의대 생리학교실 이배환 교수. 연세대 감성사업단은 다음 달 ‘연세대 문화융복합연구소’란 이름의 연구소도 세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연세대 감성사업단에서 특정한 음악이 비만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실험하는 데 사용한 것이 폴 오켄폴드의 음악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 2’와 ‘슈렉 2’의 음악을 맡았던 오켄폴드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비만 치료 실험에 쓰인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더 관심을 끄는 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금시초문의 ‘연세대 감성사업단’이었다.
연세대 감성사업단은 다음 달 ‘연세대 문화융복합연구소’란 이름의 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 사업단 교수 12명 중 8명이 동아일보 취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교정에 모였다. 연세대 감성사업단이 언론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 연세대 박물관장인 사학과 김도형 교수, 작곡과 윤성현 교수, 주거환경학과 윤정숙 교수, 식품영양학과 박태선 교수, 김주환 교수, 의대 생리학교실 이배환 교수, 기계공학과 정효일 교수다.
○ 감성으로 의기투합한 교수들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여 최대한 상상력을 발현해 ‘사람’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하는 모임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김왕배 교수가 말문을 열었다. 5년 전 이 대학 입시 논술시험을 출제할 때가 감성사업단이 태동하게 된 밑거름이었다고 한다. 각 학문 분야의 전공 지식을 동원해 토론하며 시험 문제를 만들다가 학문 융합의 필요성을 어렴풋이 느꼈다고 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디자인=김원중 기자 paranwon@donga.com
◇국내외 학문 융합의 시도들
미국 하버드대는 1993년 ‘Society of Fellows’라는 연구기관을 만들어 철학, 수학, 생물학 등의 권위자들이 자유로운 학문적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1998년 카네기멜런대에 설립된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는 순수 예술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킨 대표적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은 세계적 미디어 융합 기술 연구소다.
2003년 미국과학재단(NSF)은 미 최상위급 과학기술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NBIC(나노-생명-정보-인지) 융합 미래 테크놀로지’라는 틀을 만들어 제시했다.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봐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걸 목표로 삼는 기술이다.
국내에선 이화여대가 통섭원을 설립해 생물학과 사회학 간 장벽을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KAIST는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해 디지털 분야의 인력을 키운다. 뇌 과학과 관련해선 고려대 교육학과에 ‘Brain and Motivation Institute’가 있다. 뇌 과학과 교육의 접목을 위한 ‘한국 마음·두뇌·교육협회’란 곳도 있다. (도움말: 연세대 감성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