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 늘고 있지만… 주류는 ‘집안간의 결합’
《 삼형제를 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일찍부터 며느릿감 물색에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조 회장은 아들 삼형제가 결혼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며 인연을 맺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공무원의 딸로, 외무고시에 합격한 재원(才媛) 이여진 씨를 눈여겨봤다가 차남 조현문 부사장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효성가 3세들은 혼인을 통해 국내 명망가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재계 3, 4세들은 사회 각 분야의 유명인사 자녀와 결혼한 사례가 많다. 당사자보다 부모의 의사가 더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결혼을 한 사람도 적지 않다. 연애결혼은 재벌가의 아들보다는 딸 중에 많았다. 》
○ 부모의 의사가 많이 반영돼
두산가에서는 정관계 인사 자녀와 인연을 맺은 4세들이 눈에 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의 반려자 김소영 씨는 제5공화국에서 공군참모총장을 거쳐 전역 후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인기 씨의 딸이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경원 성지건설 부회장의 부인 서미경 씨는 전두환 정부 시절 동력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하다 미얀마 아웅산 폭파 사건으로 순직한 서상철 장관의 차녀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은 김태호 충북대 정보통계학과 교수의 외동딸 미연 씨와 2006년 결혼했다. 김 교수의 아버지는 3대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각각 민중당과 공화당 소속으로 8대와 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재춘 씨다.
○ ‘신분 차이’ 뛰어넘어 연애결혼도
재계 차세대 리더 중에는 초등학교 친구나 대학 동문과 연애결혼을 한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식·객실승무본부장(전무) 등 경영수업 과정에서 뚜렷한 인상을 주는 재벌가의 딸들이 ‘평범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 ‘신분 차이’ 뛰어 넘는 결혼은 대부분 딸 ▼
차세대 리더 54인 분석
조 전무의 부친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일찍부터 장녀의 사윗감을 물색했으나 여자로서는 큰 키(173cm)인 탓에 마땅한 배필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장녀의 뜻에 따라 연애결혼을 허락했다는 후문이다.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동기생과 연애 끝에 2004년 결혼에 성공했다. 설 부회장의 배우자인 심현진 씨는 중견업체인 석미건설 심광일 대표의 딸이다.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는 2003년 교육자 집안 출신인 김현정 씨와 연애결혼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박 전무의 부인은 이른바 사회 명망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집안의 딸”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전자 뉴저지법인 과장은 2009년 중소 식품첨가물 제조업체인 보락의 정기련 대표의 장녀 효정 씨와 혼인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계 아들딸들은 평범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대개 부모나 지인이 맺어주는 인연으로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