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창수 GS그룹 회장, 33대 전경련 회장 수락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LG그룹 공동 창업주인 고 허만정 씨의 손자이자 고 허준구 LG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해외체류 기간이 길어 외국어에 능통하다. 재무, 운동, 미식(美食) 등 다방면에 뛰어나 재계에서 ‘외국 신사’, ‘팔방미인’으로 불린다.
허 회장은 경남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1977년 럭키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인사과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함께해 LG전선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지냈다. 2004년 LG그룹에서 GS그룹과 LS그룹이 분리하면서 ㈜GS홀딩스(현 ㈜GS) 회장으로 GS그룹을 이끌게 됐다.
허 회장은 유교적인 범LG가의 가풍에 따라 그룹분리 후에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깍듯이 모시며 가까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을 맡은 뒤에도 구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에 있다는 이유로 회장단 가입을 한동안 고사했으며, 같은 이유로 최근 전경련 회장 하마평에 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7개월간 ‘회장 구인난’을 겪어 온 전경련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전경련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주요 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을 맡아주길 원했지만 모두 고사하자 한때 연장자를 추대하는 방안까지 고민했었다. 그런 가운데 재계 순위 7위 그룹의 회장이자 재계 명문가 출신인 허 회장이 나섬에 따라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후 처음으로 10대 그룹 회장을 맞게 됐다. 역대 회장의 나이도 70대가 보통이었지만 60대인 허 회장이 조타수를 잡게 된 점도 자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직원들은 “재계에서 비중 있고 평판이 좋은 분이 오신다니 반갑다”고 입을 모았다.
허 회장은 당장 ‘위상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전경련의 기(氣)를 세우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물가 문제 등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정부와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
재계는 전면에 나서기 싫어하고 조용한 편이지만 할 말은 다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허 회장이 중량감에 걸맞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반도체 빅딜 사건(김대중 정부 시절 대기업 빅딜 정책으로 LG반도체가 하이닉스로 넘어간 것)’으로 등을 돌린 전경련과 LG그룹의 관계도 중재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