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宣王(선왕)이 연나라와의 국지전에서 이긴 후 연나라를 공략하여 멸망시켜도 좋으냐고 물었을 때 맹자는 연나라 백성들이 왕의 군대를 환영한 것은 자신들을 물과 불 속에서 구해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런 것이므로 연나라의 종묘를 부수고 중요한 기물들을 옮겨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고서 제나라가 연나라를 멸망시켜 영토를 곱절로 만들고 어진 정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천하의 다른 제후들이 군대를 일으켜 제나라를 토벌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固는 ‘진실로’라는 뜻을 나타내는 부사이다. 畏는 꺼릴 忌(기)와 뜻이 같다. 그 목적어는 齊之彊, 즉 제나라의 강성함이다. 彊은 强과 통한다. 倍地는 연나라를 병합하여 땅을 배로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倍地而不行仁政은 시간적인 순서로 말을 이은 것이라기보다 동시 병렬적으로 말을 이은 것이다. 즉, 不行仁政而倍地라 하여도 좋다.
주자(주희)는 이렇게 풀이했다. 제나라가 연나라를 취하기를 마치 은나라 湯王(탕왕)이 虐政(학정)을 행하는 葛(갈)을 정벌하듯이 했더라면 연나라 백성들은 자기들을 물과 불 속에서 구해준다고 여기게 되고, 이에 따라 제나라는 천하에 올바른 정치를 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끝내 어진 정치를 행하지 않고 함부로 殘虐(잔학)한 짓을 한다면 연나라 백성들의 소망을 위안하지도 못하고 제후들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도 없다. 그것은 곧 제후들의 연합 토벌군을 일으키게 만들어, 결국 천리의 넓은 강역을 가지고도 남을 두려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