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불러온 파생상품의 두 얼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은 파생상품이었다. 그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한 딜러가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위로 1달러 지폐가 보인다.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는 조지 워싱턴을 그려 넣은 지폐 모습이 당시 상황을 잘 말해준다. 동아일보DB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조사를 벌인 결과 23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한국도이치증권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국내외 증권사 가운데 본점이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정지를 당하는 것은 처음이다. 증권회사나 헤지펀드 같은 투자자들이 한국과 같은 신흥시장을 공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제는 신흥 시장이 어떻게 당했는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채 공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파생상품을 이용한 공격을 사전에 규제하기는커녕 사후에 파악하기도 힘들다. 한국의 금융감독원도 해외 조사에 나섰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의문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이면에도 파생상품이 도사리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집과 직장을 잃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전 세계로 파급되어 많은 나라에서 미국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런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파생상품이 지목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파생상품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금융의 지배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그 지배의 수단인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정작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벌어진 도이치증권 사례에 대해서는 사전에 규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출판사를 통한 서면 인터뷰에서 4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금융감독원이 해외에서 외국 금융회사를 통제하기 힘들고, 둘째 개방적인 시장을 유지하라는 압력이 강하고, 셋째 금감원이 해외 금융회사를 다룰 기술과 자원이 부족하고, 넷째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경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진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런 투기적 활동을 인정하고 감내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물과 파생상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당할 정도로 악명 높게 됐다. 마치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하다. 잘 쓰면 좋지만 잘못 사용하면 재앙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파생상품의 특징을 이중성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파생상품 게임의 규칙은 “사는 사람이여, 조심하라”는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미술관에 간 CEO
MS본사에 그림 6000점 있는 까닭은
김창대 지음
304쪽·1만5000원·웅진지식하우스
바쁜 기업가들이 시간을 쪼개 미술관에 가고 예술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단순한 기호 때문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필요(need)에 의해서가 아닌 욕망(wants)에 따라 소비하기 때문에 기업이 과거 성공공식에서 벗어나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것. 예술은 이런 창조경영을 하기 위한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는 조언이다. 책은 예술가들의 사고방식, 창조성, 혁신, 발상전환 등을 8개의 키워드로 제시하며 그에 해당하는 경영 사례들을 소개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기사로 짚어본 경제… 12년 스테디셀러
곽해선 지음
560쪽·1만6800원·동아일보사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경제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경제적 사건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어제의 경제 기사로 내일의 경제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사건은 매년 비슷한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사건의 앞뒤를 짚어보는 경험이 쌓일수록 전문가처럼 경제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 전공자에게도 도움이 될 만큼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고르면서도 독자가 이해하고 활용하기 쉽도록 꾸몄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