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전후 김원우 지음 436쪽·1만3500원·강
정작 일은 터졌지만 무능한 데다 소심하기까지 한 그는 홀로 전전긍긍할 뿐이다. 책 같은 것도 하찮아 보이고, 괜히 눈앞에 얼쩡거리는 사람들에게 악감정이 치받치고, 연구실 노크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철렁했던 그는 이윽고 고민을 털어낸다. 애창곡의 가사답게 ‘될 대로 되라지’.
작품은 1979년 10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신군부의 집권, 1980년 5월 비상계엄 확대까지의 극심한 혼란기를 배경으로 했다. 은퇴한 임 교수가 후배 교수인 한 교수에게 보내는 회고담 형식의 액자식 구성. 작가의 만연체 글쓰기도, 경상도 사투리를 간간이 곁들인 문장도 맛깔난다.
‘세상은 한 판의 연극이기도 하지만 연극만도 못하다’거나 ‘자연의 봄은 왔을지언정 정치적 자유와 해방 따위는 오지 않았고 올 리도 없다’고 비판을 내뱉지만 ‘내일 당장 연구실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더라도 매일 저녁 다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을 물리치기는 좀체로 어려웠다’며 연애에 골몰한다.
“교수 집단은 시대에 아부하는 부류,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부류, 배짱대로 살겠다는 부류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것은 1980년 당시에도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자층, 소위 먹물들의 위선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창작 배경이다.
중산층의 위선, 타락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온 작가는 3년 만에 발표한 이 장편에서도 그 궤를 같이한다. “중산층은 사회의 중추와도 같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서 중산층을 두껍게 조명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