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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美웬디 콥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

입력 | 2011-02-19 03:00:00

“명문대생들, 공립교 교사로 봉사를”
빈민가 공교육혁명 20년의 보고서




웬디 콥 씨(44)는 미국 프린스턴대 공공정책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9년 미국의 공교육 붕괴에 대해 고민하다 빈민가 공립학교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교육으로 봉사하는 모델을 생각해냈다. 그는 졸업논문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의 졸업생들이 2년간 빈민지역 학생들을 가르치면 미국 교육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 대학 졸업생들은 나라의 장래를 고민하는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졸업 직후인 1990년 이 같은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TFA)’를 설립했다. 학생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TFA는 거의 매년 미국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직장 ‘톱10’에 든다. 15%는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연봉은 초임 공립교사 수준인 3만5000달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지난해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4만7000명이 지원했고 이들 중 5000명을 선발했다.

콥 TFA 이사장은 20년간 아이비리그 출신 등 미국 일류대 졸업생들을 전국 빈민지역 공립학교에 파견하며 봐온 감동적인 교육개혁 현장을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A Chance To Make History)’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그는 TFA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와 남편 리처드는 학교에 다니는 3명의 자녀와 함께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에서 살고 있다. 이곳의 공립학교는 나의 아이들이 글쓰기와 읽기를 배우고 수학을 배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몇 블록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가난한 가정이 모여 사는 이곳의 부모들은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자녀들에게 정상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4학년 정도가 되면 읽기 능력이 2, 3년 뒤처져 있다. 이들 중 절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다. 이런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미국에서 빈곤선 이하에서 자라는 1500만 명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런 빈민가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TFA가 파견하는 교사들이 바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콥 이사장은 이 책에서 많은 교사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메건 브루소 씨는 2008년 가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최악의 슬럼’이라고 표현한 사우스 브롱크스의 한 공립학교에 파견돼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모든 학생들이 뉴욕 주에서 시행하는 졸업시험에 통과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많은 학생이 졸업시험을 치르지 않는 이 학교에서는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동료 교사들이 말했다. 브루소 씨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너희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독려했다. 그는 11개월 동안 밤늦게까지 남아 학생들을 가르쳤고 112명의 학생 가운데 109명이 첫 번째 시험에서 뉴욕 시 평균보다 높은 평균 점수로 통과했다. 다른 3명도 두 번째 시험에서 통과했다. 학생들은 브루소 씨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