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생들, 공립교 교사로 봉사를”빈민가 공교육혁명 20년의 보고서
졸업 직후인 1990년 이 같은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TFA)’를 설립했다. 학생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TFA는 거의 매년 미국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직장 ‘톱10’에 든다. 15%는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연봉은 초임 공립교사 수준인 3만5000달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지난해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4만7000명이 지원했고 이들 중 5000명을 선발했다.
콥 TFA 이사장은 20년간 아이비리그 출신 등 미국 일류대 졸업생들을 전국 빈민지역 공립학교에 파견하며 봐온 감동적인 교육개혁 현장을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A Chance To Make History)’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나와 남편 리처드는 학교에 다니는 3명의 자녀와 함께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에서 살고 있다. 이곳의 공립학교는 나의 아이들이 글쓰기와 읽기를 배우고 수학을 배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몇 블록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가난한 가정이 모여 사는 이곳의 부모들은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자녀들에게 정상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4학년 정도가 되면 읽기 능력이 2, 3년 뒤처져 있다. 이들 중 절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다. 이런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미국에서 빈곤선 이하에서 자라는 1500만 명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런 빈민가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TFA가 파견하는 교사들이 바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콥 이사장은 이 책에서 많은 교사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메건 브루소 씨는 2008년 가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최악의 슬럼’이라고 표현한 사우스 브롱크스의 한 공립학교에 파견돼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모든 학생들이 뉴욕 주에서 시행하는 졸업시험에 통과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많은 학생이 졸업시험을 치르지 않는 이 학교에서는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동료 교사들이 말했다. 브루소 씨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너희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독려했다. 그는 11개월 동안 밤늦게까지 남아 학생들을 가르쳤고 112명의 학생 가운데 109명이 첫 번째 시험에서 뉴욕 시 평균보다 높은 평균 점수로 통과했다. 다른 3명도 두 번째 시험에서 통과했다. 학생들은 브루소 씨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