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호스로 빼낸다? 뽑고 옮길때 바이러스 퍼질수도② 퇴비로 만든다? 이물질 분리 어려워…“이론수준”
《 “구제역 침출수를 고온멸균 방식으로 퇴비화하는 방안을 시현해보겠다.” “침출수를 뽑아내 폐수처리장에서 처리하겠다.” 앞은 한나라당 구제역대책특위 위원장인 정운천 최고위원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하면서 한 말이고 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7일 발표한 침출수 유출 방지 방안이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
○ 침출수 뽑아 옮기기
정부는 매몰 1개월 후 침출수가 본격적으로 나오면 매몰지 내 유공관에 호스를 집어넣은 후 분뇨차량을 이용해 마치 정화조에서 배설물을 빨아들이듯 침출수를 추출할 계획이다. 이후 강산성, 강알칼리성 화학물질을 넣어 멸균하고 분뇨차량 탱크에 실어 하수처리장으로 옮길 계획이다.
정부 계획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은 “전례가 없어 판단을 못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말은 쉽지만 현장에서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이군택 교수는 “침출수를 뽑아 폐수처리장에 보내려면 운송관을 연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운송 차량에 담아서 폐수처리장에 보낼 경우 구제역 가축 사체 내 세균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김태융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과장은 “이동할 때도 멸균해 옮기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침출수 배출용 유공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매몰지가 많아 호스를 넣어 뽑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마구잡이로 묻는 과정에서 유공관 등 각종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이 경우 다시 매몰지를 파 헤쳐 파이프를 박아야 하는데 잘못하면 주변에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퇴비화, 이론적으로는 가능
침출수를 퇴비로 이용하는 방안 역시 민간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침출수는 동물이 썩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기물이기 때문이다. 소, 돼지 등 동물은 몸체의 70%가 물로 이뤄져 있다. 침출수가 썩기 시작하면 큰 분자인 단백질이 쪼개져 작은 분자인 아미노산이 된다. 아미노산은 땅속에서 유기물질로 변환된다. 유기물질은 탄소, 수소, 인으로 이뤄져 있어 땅에는 영양분이 된다.
매몰지 내 침출수에는 각종 이물질이 섞여 있는 데다 구제역 바이러스를 담고 있어 비료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김정규 교수는 “매몰 시 항생제를 뿌려주고 톱밥, 생석회를 깐다”며 “이런 것이 침출수에 섞이게 되면 비료로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온도, 습도, 수소이온농도(pH) 등에 따라 생존기간이 다르다. 기온으로 보면 추울수록 오래 산다. 서울대 지역시스템공학과 이인복 교수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영상 4도에서 4개월, 영하 5도에서 1년 이상 생존하다”며 “반면 온도가 50도가 올라가면 30분 안에 소멸한다”고 말했다.
침출수 비료화가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는 “비료로 사용하려면 침출수가 완전부패를 해야 한다”며 “이 과정이 10년 이상 걸리고 생산할 수 있는 비료 물량도 적어 경제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