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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선의 투자터치]저평가 우량주 잡았으면 꽃필 때까지 묻어둬야

입력 | 2011-02-21 03:00:00

이번 주 격언: 새가 울 때까지 기다려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가까운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을 여행하면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를 많이 찾는 것 같은데 특히 오사카를 방문하는 여행자가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곳은 아무래도 오사카 성(城)인 것 같다. 1995년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던 오사카 성은 임진왜란의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후 3년 동안 공들여 1583년에 건설한 것으로, 원래 전체 성 규모는 지금보다 다섯 배가량 컸다고 한다.

일본 전국시대의 세 명장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얽힌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새장 속에 꾀꼬리가 한 마리 있었는데 이 새가 도무지 울지 않았다. 먼저 오다는 “이놈의 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했고, 이어 도요토미는 “울지 않으면 울도록 살살 달래주겠다”고 했으며, 도쿠가와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①잔인하고 조급한 인간형 ②새 앞에서 재주를 부려 울게 만드는 재간형 ③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형 등 세 유형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다.

주식투자자들도 저마다 다른 성격과 투자 스타일을 갖고 있는데 이 유형에 따라 분류해 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먼저 오다형은 주식을 사놓고 조금 기다리다가 단기에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바로 팔아 치우는 조급형 범주에 속한다. 단기매매를 일삼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수한 뒤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즉시 매도하고 다른 주식으로 교체한다. 손절매도 잘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입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잦은 매매로 매매 비용이 커질 수 있고, 대세상승 장에서는 큰 시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으로 도요토미형은 투자를 하고 나서 주가가 오르도록 온갖 호재성 재료를 퍼뜨리는 술책형 또는 작전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자신이 매입한 주식이 오르도록 하기 위해서 증권사 객장을 돌아다니며 다른 투자자들에게 그 주식을 추천하거나 인터넷 주식 카페 등에 호재성 재료를 올리고 다른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사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잔꾀는 잠깐 통할지는 몰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도쿠가와형은 주가가 오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인내형으로 분류된다. 주가의 단기 등락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면서 주식의 내재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잘 발굴해서 장기투자를 할 경우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유형이다. 다만 대세하락 장세에서의 장기투자는 오히려 큰 손실을 초래하기도 하고, 잘못된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며 장기투자를 할 경우에는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보기도 한다.

이 세 유형 가운데 무엇보다 은근과 끈기를 갖고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인내형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로 지루한 조정국면이 이어질 때 조급하게 주식을 사거나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기보다 내부 상황과 외부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바닥 국면에서도 한 번씩 나타나기 마련인 짧은 반등에 혹하지 않고 거래량이 늘어나거나 주변 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고생 끝에 낙이 오듯이 투자에서도 끈기와 기다림의 끝에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낸 후 거래량이 회복되고 주가도 바닥권에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면 비로소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리 바닥을 예단하고 주식을 서둘러 매수하기보다는 바닥을 확인한 후에 매수해도 늦지 않다.

주가가 계단식 상승 추세를 보이며 꾸준히 올라 수익이 생길 경우에도 성급하게 이익을 실현하기보다는 시장의 큰 흐름을 보면서 결실을 더욱 크게 얻을 수 있도록 또 다른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개 작은 수익에 만족하며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해서 큰 수익의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은데, 주식에 투자해서 제대로 이익을 보도록 인내심을 갖고 버텨야 한다.

‘일본 증시 최후의 승부사’로 불렸던 고레가와 긴조는 ‘거북이 3원칙’을 개발했는데 “오를 만한 주식을 물밑에서 사서 시세가 날 때까지 지긋이 기다리고, 경제와 시세동향에서 눈을 떼지 말고 공부해야 하며, 과욕을 버리고 자신의 자금 범위 안에서만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