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가 더 취하다니….’
16일 저녁 지인들과 술을 마신 이모 씨(34)는 집에 가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게 이 씨의 철칙. 이 씨는 차를 세워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근처로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고 얼마 후 대리운전을 위해 황모 씨(33)가 도착했다.
술에 취해 잠시 눈을 붙인 이 씨는 30여 분 후 ‘쾅’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깼다. 옆 차로에서 달리던 조모 씨(46)의 차가 이 씨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것. 세 사람은 실랑이 끝에 사고 조사를 위해 인근 서울 혜화경찰서까지 함께 갔다.
사고 조사를 하던 경찰은 대리운전 기사 황 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고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것을 보고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측정 결과 황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06%.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리운전 기사가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술에 취한 상태라 대리운전 기사가 술을 마신 줄 몰랐던 것 같다”며 “대리기사가 이 씨보다 더 취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황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저녁을 먹으며 몇 잔 했는데 사고로 음주 단속에 걸릴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이날 불구속 입건됐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