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라는 상황을 배제하면 2007∼2008년 세계경제는 선진국, 신흥국 구분 없이 가파른 성장을 하던 시기였다. 현재는 주요 선진국의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간혹 제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얼마만큼 줄지 아직은 모호한 상황이지만 흥미로운 것은 인플레이션과 출구전략의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쉬운 예는 바로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디플레이션 반복을 우려했고, 중국은 그 당시부터 물가 상승을 본격적으로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는 작년에 부진했던 미국의 경기 상황이 중국으로 넘어갈 개연성이 커졌다. 이는 물가와 통화정책의 차별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물가관리와 정책 대응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은 미국보다는 중국에 가깝다는 생각에 올 상반기는 경기 둔화 및 통화 긴축에 따른 우려가 클 것으로 본다.
이러한 경제 상황을 바라보면서 현재는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졌다는 다소 애매한 조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단적으로 미국이 좋다고 해서 세계경제 및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명확했던 경험들이 현재는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많아졌다.
결국 불확실한 경제 및 투자 여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치변동이 크지 않을 자산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하나의 대응전략은 적정 수준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특히 올해 주요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은 평균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겠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