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 면세혜택 추진에 형평성 문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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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동 국가들은 풍부해진 석유자금(오일 머니)을 바탕으로 세계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이슬람 자금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고 우리 정부와 국내 금융기관들도 이슬람권 자금 유치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이슬람 금융에 우위를 가지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영국 등 서방 선진국까지 이슬람 자본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2008년 이슬람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세운 국제기구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Islamic Financial Services Board)의 준회원으로 가입하며 이슬람 자금 유치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정부는 2009년 9월 이슬람채권 발행과 관련해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취득·등록세 등의 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원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바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명 수쿠크 법안입니다. 지난해 12월 3일 여야 합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던 이슬람채권법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수주액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한전이 28년 동안 UAE에 빌려주기로 했다”는 미공개 합의가 최근 언론에 공개되면서 뒤늦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이슬람채권법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사실상 발행이 봉쇄돼 있는 이슬람채권 발행의 물꼬를 트고 다른 외화표시 채권에는 있는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을 고쳐보자는 차원입니다. 아울러 달러 등으로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해외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의견은 갈립니다. 어찌됐건 실물 거래인데 수쿠크에만 각종 세금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부터 수쿠크 수입의 2.5%가 기부되는데 이 돈이 이슬람 테러단체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까지 다양합니다. 또 기독교 단체에서는 국내에서 이슬람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부 의원들의 반대와 개신교 단체의 실력 행사로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이슬람채권법을 통과시키려던 정부의 방침이 지켜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다만 미국 같은 기독교계 국가는 물론이고 유대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마저 이슬람 자금 유치와 수쿠크 발행에 나설 만큼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슬람 자본의 중요성이 커진 점, 중동에서 원전과 대형 플랜트 사업 수주를 위해 금융 지원이 반드시 패키지로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문제는 정치적, 종교적 관점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