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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봉의 The Star] LG 박병호 “푸홀스 스윙 따라하기…야구인생 걸었다”

입력 | 2011-02-22 07:00:00

박병호


LG 박병호의 올해 목표는‘자신의 스윙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올해 어떤 수치상의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타격폼 완성만을 유일한 목표로 잡았다. 박병호는 입단 이후 수차례나 타격폼 변화를 시도했다.

좋은 투구폼이 좋은 컨트롤을 안겨주듯, 타자에게도 자신에게 맞는 좋은 타격폼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폼도 그를 성공으로 이끌지 못했다.

요즘 박병호는 새로운 타격폼에 흠뻑 빠져 있다.“올해가 제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새 폼의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팬들은 지난해 4연속경기홈런을 때렸던 박병호에게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1군에서 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 이후 해외에서 펼쳐진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택근의 1루수 기용, 박용택의 지명타자 전환도 그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생각보다 훨씬 표정이 밝았다. 새로운 타격폼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컸다. 좋은 타격폼만 익힌다면 홈런은 언제든지 칠 수 있고 시간은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년 시즌중 팔꿈치 수술
돌아오니 입지 더 좁아져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또 한번의 타격폼 변신



○푸홀스의 타격폼을 배운다

박병호는 요즘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의 타격폼을 배운다.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데뷔후 10년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전설같은 타자다. 그는 타석에서 움직임이 가장 적은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노스텝 같은 스트라이드에 간결한 스테이백, 그리고 강한 회전력과 힙턴이 그의 장점이다.

박병호가 가장 좋아하는 지바 롯데 김태균과도 타격폼이 닮았다. “몇개월 동안 푸홀스의 타격폼을 수천번도 더 봤습니다. 그동안 타격폼 수정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좋습니다.” 21일 박병호는 지난 9월 팔꿈치 수술 이후 5개월만에 그라운드에서 타격훈련을 했다.

다리를 들지 않고 스테이백을 간결하게 하면서 가볍게 쳤다. “1군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는 타격폼을 갖춰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올해는 지난해처럼 왼발을 들지 않는다. 스테이백을 좀 더 작게 하면서 하체회전과 힙턴을 완성하는데 총력을 다할 생각이다. 푸홀스의 타격폼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 작정이다.

○선택은 선수가 한다

박병호에게 푸홀스의 타격폼을 권유한 사람은 2군 코칭스태프다. 지난해 수술 이후 줄곧 2군에 머물고 있는 박병호는 이종열 코치와 허문회 2군타격코치, 박종호 인스트럭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세 명의 코치는 박병호에게 똑같은 조언을 했다. ‘타격 전 동작을 작게 하고 하체 회전과 힙턴을 최대한 살려라.’LG 2군은 해외 유명타자들을 교재로 한 시청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앨버트 푸홀스를 비롯해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 니시오카 (지바 롯데 ∼ 미네소타) 등의 타격영상을 보면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이다. 이종열 코치는 “(코치에게)선수는 몇십 명 중 한명이다. 하지만 선수는 자신이 전부다. 코치가 권유는 할 수 있지만 결정은 선수가 한다.” 박병호는 2군코칭스태프와 숙고한 끝에 푸홀스의 타격폼을 배워보기로 했다. “병호는 LG가 꼭 성공시켜야 할 선수다.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책임이기도 하다.”박병호와 2군코칭스태프의 의기투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10년연속 3할-30호 위업
ML 영상서 본 푸홀스
간결한 그 스윙 탐이 났다
수천번 되돌려 보며 열공


○4연속경기홈런

지난해 6월10일 한화전을 앞두고 박종훈 감독이 박병호를 불렀다. “병호야! 너는 언제 폼이 가장 좋았니?” “상무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 그때 폼으로 한번 해봐라.”그날부터 박병호는 4연속경기홈런을 쳤다. 2008년 상무시절 그는 75경기에서 24개의 홈런을 때렸고 그의 타격에 새로운 전환기가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다시 추락했고 또한번 1할대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병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운이 좋았다고 했다. “4연속경기홈런을 쳤지만 지금 보면 역시 상체위주로 치고 있었어요.” 타자나 투수나 상체위주의 타격이나 피칭이 되면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최고투수 류현진이나 이대호는 하체밸런스를 이용해서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지 않는가? 많은 투수와 많은 타자들이 하체사용법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만큼 하체이용이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당장 1군에 올라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1군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게 먼저라는 것을…. 박종호 인스트럭터는 “상체로만 치는 게 병호다. 하체를 이용할줄 안다면 타격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1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0프로야구 LG와 한화의 경기에서 LG 박병호가 3회말 1사 1,3루때 좌중월 홈런을 치고 홈인 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5개월만의 타격훈련 재개
새로운 타격폼 느낌 팍!
필생의 꿈 홈런왕을 향해
미완의 슬러거 다시 뛴다


○대단한 후배 오지환

박병호가 가장 인정하는 후배는 오지환이다. 지난해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 뛰는 오지환을 보고 박병호는 “정말 무서운 후배”라고 평가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놀라운 정신력 때문이다. “실책도 많았고 지환이 때문에 진 경기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지환이는 주변의 꾸지람과 나쁜 시선들을 다 이겨내더라구요.” 후배에 비해 자신은 너무 약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보다는 남을 더 의식하고 남의 시선에 더 신경쓰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박병호는 오지환을 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정신적으로 좀 더 강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한걸음씩 즐겁게 도전할 겁니다.”

○선배들의 관심과 충고

장종훈 한화코치는 지난해 최진행이 32개의 홈런을 치는데 큰 도움을 줬다. 그는 개인적으로 박병호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 LG와 경기를 할 때마다 “박병호가 한화에서 진행이와 3∼4번 치면 대단할 것 같지 않으세요?”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은퇴한 양준혁은 박병호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시행착오가 다 도움이 된다며 그를 격려했다. 지바 롯데 김태균은 “타석에서 후회없는 스윙을 하라”고 했고 두산의 김동주는 박병호에게 “힘빼고 가볍게만 쳐”라며 용기를 심어줬다. 롯데 김무관 타격코치는 “몇가지 메카닉을 교정하면 무서운 타자가 될 것”이라 했고, 황병일 KIA 수석코치는 “LG에서 홈런왕이 나온다면 박병호가 아니겠느냐?”며 그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박병호는 LG구단 못지않게 다른 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다. 데뷔후 7번째 시즌을 맞는 그가 올해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기회는 온다

박병호는 지난해 해외에서 치러진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에 모두 참가하지 못했다. 팔꿈치수술 이후 훈련량이 모자랐고 21일 5개월만에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1군진입은 6월 이후로 잡고 있다. 박병호의 꿈은 홈런왕이다. 초등학교 시절 마크 맥과이어가 70홈런을 치는 모습을 보고 꿈꿨던 홈런왕은 그가 야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LG는 아직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우타자 가운데 30홈런을 친 선수도 없다. 과연 박병호는 LG의 숙원을 이뤄낼 수 있는 타자가 될까? 아직 박병호는 약점이 많은 타자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노력하는 선수이고 올해 새로운 타격폼으로 다시한번 도전에 나섰다. 박병호는 젊다. 무한한 그의 가능성이 활짝 꽃피는 날이 빨리 오기를 많은 팬들은 바라고 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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