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50대, 여친과 포옹 대학생에 주먹질
“니들이 개야? 왜 길거리에서 끌어안고 난리야.”
20일 오후 10시 10분 어둑어둑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골목. 이날 데이트를 마친 공모 씨(21)와 여자친구 임모 씨(21)는 임 씨의 집 근처에서 헤어짐의 아쉬움을 뜨거운 포옹으로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달콤한 순간은 잠시.
갑자기 이 커플 등 뒤로 한 중년 남성의 날벼락 같은 욕설이 쏟아졌다.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최모 씨(51)가 “개도 아닌 것들이 대체 왜 길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
공 씨는 겁에 질린 여자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강하게 항의하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술에 취한 최 씨는 오히려 “어린 것이 건방지다”며 공 씨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두 사람은 골목에서 실랑이를 벌였으며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됐다. 최 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집에 들어가는데 젊은 사람들이 스킨십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아 타이르려고 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혼자 살고 있는 최 씨가 만취한 채 쓸쓸히 집에 들어가던 중 다정한 연인이 스킨십하는 것을 보고 ‘욱’ 하는 심정에 시비를 건 것 같다”며 “다행히 공 씨 등이 최 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