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 인근 주택건설현장서… 정부 “대응팀 파견… 교민 단계철수”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0일 밤(현지 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30km 떨어진 신한건설 주택공사 현장에 반정부 시위 후 폭도로 변한 군중 약 500명이 두 차례 난입해 한국인 3명이 이들과 몸싸움을 하다 경상을 입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건설현장 캠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폭도들은 총과 칼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는 한국 직원 40여 명과 방글라데시 노무자 1600여 명이 있었는데, 한국인 외에 방글라데시 노무자 2명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15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숙소와 현장을 공격당한 근로자들은 대형 예식장 등을 빌려 임시 숙소로 쓰거나 다른 업체의 공사현장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 전체에 한국 건설근로자 1343명이 있으며 특히 유혈사태가 빚어진 벵가지와 데르나 등 동북부 지역에만 343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인 직원 15명을 인근 대우건설 벵가지 발전소 현장으로 대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국가 기간산업 현장이어서 리비아 군경이 호위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곳에 비축된 식량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20일 정도”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식량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건설은 인근 학교와 모스크, 결혼식장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이수건설은 버스를 동원해 직원들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킬 계획이며, 해림21과 국제통상 등 현지 상주기업 두 곳은 항공권이 확보되는 대로 직원들을 출국시킬 예정이다.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은 피해 신고가 폭주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현지에 투입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리비아 건설업체 직원과 교민들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기로 했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전세기를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