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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의 That's It]MS와 제휴기업들 속속 실패… 노키아는 ‘징크스’ 깰수있을까

입력 | 2011-02-23 03:00:00


애플이 만든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준(Zune)’이라는 MP3플레이어를 만듭니다. “자, 여기를 보세요. 아이팟보다 뛰어난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준’을 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빌 게이츠의 아이들조차 아이팟을 갖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억지로 ‘준’을 써야만 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런 일은 또 있습니다. 지금은 HP에 인수됐지만 ‘팜(Palm)’이라는 회사는 한때 유명한 스마트폰 ‘트레오’를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은 2000년대 중반을 휩쓸었던 당대의 아이폰 격이었죠. 이 제품을 보면서 MS는 ‘윈도 모바일’이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따라 만듭니다. 그리고는 “자, 여기를 보세요. 트레오보다 뛰어난 제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죠. 역시 누구도 윈도 모바일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MS는 이런 과정에서 산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며 많은 파트너를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MS 때문에 새로운 비전은커녕 엉뚱한 수고만 하고 맙니다. MS는 준 MP3플레이어의 생산을 일본 도시바에 맡겼는데 MS와 손을 잡고 디지털기기 시장에 뛰어들 생각이었던 도시바는 준의 실패 탓에 결국 MP3플레이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전문업체로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윈도 모바일 스마트폰 파트너들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우리 가까이의 예만 살펴봐도 삼성전자는 2009년 말 아이폰과 경쟁하겠다며 ‘옴니아2’를 내놓았다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습니다. 윈도 모바일의 든든한 파트너였던 HP는 내놓는 스마트폰마다 실패하는 것으로 유명했죠.

MS는 윈도 모바일을 완전히 뜯어고쳐 ‘윈도폰7’을 만들었다며 이 파트너들을 다시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MS와 손을 잡는 대신 자체 OS인 ‘바다’에 더 관심을 보입니다. HP도 MS 대신 트레오를 만들던 팜을 인수해서 ‘웹OS’라는 자체 OS를 개발했습니다. 모토로라와 LG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집중하기로 맘을 굳혔습니다.

마치 이들 모두가 ‘MS와 손잡고 모바일 기기를 만들면 망한다’는 소문이라도 들은 듯했습니다. 그럴 때 노키아가 덜컥 MS의 손을 잡았습니다. 노키아가 새로 영입한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작품이었죠. 새 CEO 스티븐 일롭이 MS 출신이라거나, 일롭이 취임 후 데려온 미국 지사장도 MS 출신이라는 사실 등은 두 회사 사이의 ‘끈끈한 협력 관계’를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이 관계를 보면서 노키아의 주식을 내던집니다. 노키아 주가는 두 회사의 협력 발표 이후 14% 이상 폭락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 까닭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역사가 대부분 같은 실수의 반복으로 진행됐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협력은 실수의 반복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성공의 전조일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