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I 여파로 육류 대신 수산물 소비 늘며 국내산 가격 급등
노르웨이산 고등어, 대만산 꽁치, 태국산 주꾸미 등 서민 식탁의 단골 수산물 중에도 외국산이 없는 것을 찾기 어려웠다. 젓갈류도 러시아산 명란젓, 파키스탄산 조개젓 등 주재료를 수입해 만든 제품이 즐비했다. 해물탕이나 구이용 재료로 쓰이는 새우(중하)는 인도네시아산, 사우디아라비아산, 태국산 등으로 원산지도 다양했다. 외국산 틈바구니에서 국내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을 보러 나왔다는 주부 박찬희 씨(35)는 “고등어나 주꾸미까지 수입하는지 처음 알았다”며 “국내산보다 외국산 가격이 많이 싼 것 같다”고 말했다.
○ 비행기로 수입해도 국내산보다 싸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도 외국산 판매가 익숙한 표정이었다. 외국산 홍어를 파는 한 상인은 “아르헨티나산 홍어(냉동)는 kg당 가격이 1만∼1만5000원인데, 국내산(생물)은 3만5000원대”라며 “식당 등 업소를 중심으로 외국산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조기를 파는 다른 상인은 “어차피 같은 서해 바다에서 중국 배가 건지면 중국산, 한국 배가 건지면 국내산 아니냐”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이 시장에서 거래된 수산물 중 외국산 비중이 30%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산 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피시플레이션 현상은 외국산 수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여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항공 운송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태국산 생물 주꾸미의 경우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에서 370g들이 한 팩이 4500원(100g당 가격 1216원)에 팔리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팔리는 국내산 주꾸미는 300g들이 한 팩이 5800원(100g당 가격 1933원)이었다. 항공운임을 물고 들여온 외국산이 국내산보다 훨씬 싼 편이다.
○ 식탁 영토 주도권 외국산에 내주나
수입 수산물의 약진은 대형마트의 매출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신세계 이마트의 수산물 매출에서 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5%, 2009년 17%, 2010년 20%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설 명절 이후 고등어, 오징어 등 해외 직매입 제품으로 기획전을 열면서 2월 셋째 주에는 이 수치가 25%까지 올라갔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2월 7%였던 외국산 수산물 매출 비중이 올해 2월에는 12%로 늘었다. 같은 기간 취급하는 수입 수산물 종류는 15개에서 21개로 늘었다.
시민들은 외국산이 늘어나는 게 달갑지는 않지만 물가 상승 속에서 싼값에 사먹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주부 길정옥 씨(59)는 “과일, 채소 등 다른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수산물은 그나마 외국산으로 지출을 아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