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 하수처리장 공원화 요구
경기 고양시가 서울시를 향해 불법 환경시설 철거를 요구하면서 수준 이하의 불법 현수막(사진)을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23일 고양시에 따르면 고양시는 지난달부터 18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시의 난지하수처리장 내 불법 시설을 비난하는 현수막 240여 개를 제작해 시 전 지역에 부착했다.
현수막에는 ‘서울시 ×은 서울시가 치워라’ ‘95만 고양시민 대화요구 무시하는 서울시장 각성하라’ ‘서울시는 난지하수처리장 지하화하고 공원화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주민 이모 씨(47·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는 “출퇴근 때마다 역겨운 단어를 봐야 하니 짜증이 난다”며 “시청은 불법 현수막을 걸어도 괜찮냐”고 반문했다.
옥외광고물법과 고양시 조례 등에 따라 시장 허가를 받은 뒤 지정된 게시대에 걸지 않고 주요 교차로마다 불법적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는 고양시의 한 공무원도 “엄격히 법을 적용하면 고양시가 내건 현수막은 모두 불법 현수막이 맞다”며 “하지만 시장 측근 부서에서 협조 요청이 왔고 공익성이 있는 내용이라 단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현수막은 서울시를 향해 난지하수처리장 내의 일부 불법 건축물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어서 서울시가 아닌 고양시 일대에 이런 현수막을 내건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불법 현수막으로 단속당한 경험이 있는 식당 주인 장모 씨(50·여)는 “생계를 위해 내건 현수막은 가차 없이 처벌하더니 혐오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은 왜 안 걷어 가느냐”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소속 최성 고양시장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치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