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6도 31분 28.43초-동경 136도 40분 14.12초
근대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김광만 프리랜서 PD(56)는 윤 의사 처형 관련 기록과 사진, 당시 지도를 비교한 뒤 구글의 위성사진 시스템을 적용해 순국 장소를 찾아냈다. 그동안 순국 장소에 대한 여러 추정이 나왔지만 다양한 자료와 입체적인 방식으로 정밀하게 순국 장소를 찾아낸 것은 처음이다.
김 PD는 1933년 일본 육군성이 작성한 윤 의사 처형 관련 극비문서 ‘만밀대일기(滿密大日記)’를 찾아낸 뒤 윤 의사의 순국 장소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2년 방위청 자료실에서 이 문서를 찾아내 공개한 바 있다. 이 일기엔 윤 의사의 총살 과정과 사후 처리에 대한 기록, 총살 직전과 직후 사진, 처형장의 사진 등이 담겨 있다.
윤봉길의사 순국장면 첫 공개
▶본보 2002년 4월 11일자 A3면 참조
[윤봉길의사 처형장면 사진 공개]尹의사는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 문서를 보면 ‘미쓰고지 서북 골짜기, 가나자와(金澤)-오하라(小原) 구간 산중 도로의 동쪽, 교통이 적고 공개될 위험이 없는 곳, 동쪽에 7m 높이의 절벽이 있어 총탄 차단에 적절한 곳’이라는 기록과 함께 처형장의 사진과 지형도면이 나온다.
김 PD는 일본 육지측량부가 1930년 측량해 1933년 발행한 이시카와 지역의 지도(1:2만5000)를 일본 국토지리원에서 찾아내 ‘만밀대일기’에 나오는 도면의 지형과 똑같은 곳(공병작업장 서북쪽 계곡)을 확인했다. 그는 구글의 위성사진과 비교하면서 순국 장소의 현재 지점을 추적해 들어간 뒤 처형장 사진(일본 병사 두 명이 총을 쏘기 위해 서 있는 모습)에 나오는 지형과 정밀하게 비교했다. 이어 윤 의사가 묶였던 곳의 절벽 뒤쪽 도로를 현재 구글의 위성지도와 비교해 순국 장소를 확정했다. 이렇게 찾아낸 곳은 북위 36도 31분 28.43초, 동경 136도 40분 14.12초 지점. 김 PD는 “대한지적공사 지적연구원에 자문했으며 오차는 3, 4m 이내”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그동안 공병작업장 일대를 수차례 다녀온 김 PD는 24일 이시카와로 건너가 현지 조사를 하고 있다. 김 PD는 이날 “계곡에 눈이 4, 5m 쌓여 있어 촬영은 어렵지만 최대한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상황을 전해왔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