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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민주화 소용돌이]국내 이슬람 지도자 이주화 이맘 인터뷰

입력 | 2011-02-25 03:00:00

“국민 등돌리면 이슬람적 통치 실패한 것, 이슬람채권법, 특정 종교에 흔들려서야…”




평화와 화해야말로 이슬람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라고 강조하는 한국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의 이주화 이맘.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앗살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를)! 이슬람 신자들이 평소 인사할 때마다 나누는 이 말의 의미가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최근 중동의 이슬람사회가 격변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에서 이주화 이맘(48)을 만났다. 이맘은 예배 인도자로 정교일치(政敎一致) 원칙에 따라 성직자 신분이 따로 없는 이슬람교에서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의 이슬람 신자는 13만여 명이며 중동 등에서 온 외국인 신자는 9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요즘 국내 이슬람 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1970, 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 시기 때 해외에서 모국을 지켜보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로 보면 된다. 걱정과 안타까움, 두려움…. 여러 감정이 겹쳐져 있다. 아직 ‘살라’(예배) 중심인 성원에서의 정치적인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고, 최근 일부 신자들이 리비아대사관 앞 시위를 준비한다는 말도 있다.”

―살라 때 어떤 내용을 말했나.

“이슬람 사회가 최근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도록 기도했다. 살라에는 항상 무슬림(아랍어로 이슬람교인)에게 평화를 달라는 구절도 들어간다.”

―최근 이슬람 국가의 민주화 시위를 종교적으로는 어떻게 이해하나.

“이슬람은 생활의 종교이고, 종교와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정치도 분리되지 않는다. 민주화 시위에 직면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장기집권과 권력세습, 빈익빈부익부의 문제가 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가르침에 따라 통치했다면 어떻게 이런 모습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슬람 교리에서 통치자와 국민은 어떤 관계인가.

“이슬람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은 하나님 말씀 ‘꾸란’(코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다. 이를 통치자가 현실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면 국민들은 따라야 하는데, 다수가 반대한다면 이슬람적인 통치에 실패한 것이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이슬람채권법과 관련해 불만이 많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1985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유학해 10년간 이슬람신학을 공부한 그는 지난해 6월 이맘이 됐다.

―이슬람채권법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9·11테러의 피해자인 미국조차도 이슬람 자본 유치에 공을 들이고 말레이시아대에는 이슬람 금융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과정도 있다. 특정 종교, 그것도 일부에 의해 국회의원들이 압박을 받고 정부 정책이 표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서는 이자 수입을 금지한다고 한다. 어떤 이유인가.

“샤리아는 무슬림이 눈을 뜬 뒤 잘 때까지 걸어야 하는 길이다. 꾸란-하디스-이즈마아(율법학자들의 합의)-키야스(유추해석) 등 4단계에 의해 정해진다. 꾸란과 하디스에 없는 내용들은 시대와 상황에 맞춰 율법학자들이 정하게 된다. 이자와 관련된 부분은 ‘라 타아쿨루 리바’(이자를 받지 말라)라고 꾸란에 명시돼 있다. 1400년 전 이미 고리대금업의 폐해가 많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깔려 있다. 은행을 통해 이자를 받는 것까지 금지돼 있어 채권이 필요한 것이다.”

―개신교 일각에서는 이 채권의 세금 비과세를 특혜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슬람 선교에 도움을 주거나 테러 세력의 자금으로 지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은 언제나 다문화, 다종교 사회를 위해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추구해왔다. 이슬람 전체를 테러 세력이나 악의 근원처럼 여기는 것은 한국에서나 있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한쪽은 막으면서 이슬람 국가들이 법으로 선교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선교사를 보내는 것은 모순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