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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기찬]동반성장 ‘눈덩이 효과’ 얻으려면

입력 | 2011-02-25 03:00:00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요즘 기업생태계를 키우는 플랫폼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성공비밀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란 ‘해결책의 집합(a set of solutions)’이다. 플랫폼전략 성공의 비밀은 해결책 이상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재미)’를 주는 데 있다.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흥분과 뜻밖의 재미를 파는 곳이어야 한다. 동반성장지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플랫폼 관리역량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지수측정 기업 줄세우기 우려

지금까지 기업생태계의 거래관계는 단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극대화를 지향했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 간 수익 양극화 문제와 수렵형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심화시키고 있다. 동반성장지수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렵형 경제를 경작형 경제로 바꾸고, 성과의 선순환적 기업생태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동반성장지수가 효과를 얻으려면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한 지수 제정 이상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동반성장지수는 ‘측정 없이 개선 없다’는 관점에서 불공정거래 개선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측정의 저주가 있다. 누구나 측정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개선의 목표에 집중해야지 대기업을 줄 세우고 꾸짖는 도구가 되면 속은 후련하겠지만 지속되기 어렵다. 시장의 기본전제는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경제정책은 실패한다. 동반성장지수에 동반성장 플랫폼 주체자들이 구체적인 ‘세렌디피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목표 성과요소를 담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재미는 거래의 공정성에서, 대기업에서의 재미는 ‘외부성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둘째, 동반성장지수에는 거래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 효과 지표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좋다. 만일 경쟁력 제고 부분이 약해지면 파이를 나누는 풍선게임에 불과해진다. 공정성은 지수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동반성장의 성공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그 결과 규모의 경제성과 혁신 성과의 대기업 유입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생산강국에서 개발강국으로 바뀌어 동반성장정책이 요소 투입의 경제에서 혁신 주도 경제로 바뀌는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동반성장의 눈덩이(snowball) 효과이다.

셋째, 중소기업 정책은 내수 지원 중심에서 점차 수출과 글로벌화를 강조하고 있다. 동반성장지수에서 부품업체의 글로벌화 지표가 반영돼 글로벌 동반성장의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서울엔지니어링은 글로벌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포스코에 납품가격을 낮추고도 28%의 수익률을 올리는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경쟁력 향상 유도해야

넷째, 동반성장지수의 지표 구성에서 생태학적 의식(ecological consciousness)이 반영됐으면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볼 때 당장 먹음 직한 열매보다 씨앗을 생각하게 해야 한다. 생태계의 핵심은 수분 활동과 짝짓기다. 동반성장 과정에서 대·중소기업 간 씨앗을 만들고 그 씨앗이 싹튼다면 우리 경제는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

동반성장지수의 지표 구성이 달라지면 동반성장의 질과 양도 달라질 수 있다. 문명의 변곡점에는 전쟁이 있었다. 문화전쟁이냐, 죽고 사는 생존전쟁이냐에 따라 역사는 달라진다. 상생으로 공정을 덮을 수는 없다. 대기업은 경쟁력보다는 공정의 메시지를 읽고, 중소기업은 공정보다는 연구개발과 경쟁력의 메시지를 읽는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모쪼록 동반성장지수가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고 거래의 선진화를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