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단순 지수측정 기업 줄세우기 우려
지금까지 기업생태계의 거래관계는 단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극대화를 지향했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 간 수익 양극화 문제와 수렵형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심화시키고 있다. 동반성장지수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렵형 경제를 경작형 경제로 바꾸고, 성과의 선순환적 기업생태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동반성장지수가 효과를 얻으려면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한 지수 제정 이상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동반성장지수에는 거래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 효과 지표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좋다. 만일 경쟁력 제고 부분이 약해지면 파이를 나누는 풍선게임에 불과해진다. 공정성은 지수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동반성장의 성공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그 결과 규모의 경제성과 혁신 성과의 대기업 유입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생산강국에서 개발강국으로 바뀌어 동반성장정책이 요소 투입의 경제에서 혁신 주도 경제로 바뀌는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동반성장의 눈덩이(snowball) 효과이다.
셋째, 중소기업 정책은 내수 지원 중심에서 점차 수출과 글로벌화를 강조하고 있다. 동반성장지수에서 부품업체의 글로벌화 지표가 반영돼 글로벌 동반성장의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서울엔지니어링은 글로벌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포스코에 납품가격을 낮추고도 28%의 수익률을 올리는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경쟁력 향상 유도해야
넷째, 동반성장지수의 지표 구성에서 생태학적 의식(ecological consciousness)이 반영됐으면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볼 때 당장 먹음 직한 열매보다 씨앗을 생각하게 해야 한다. 생태계의 핵심은 수분 활동과 짝짓기다. 동반성장 과정에서 대·중소기업 간 씨앗을 만들고 그 씨앗이 싹튼다면 우리 경제는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