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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전경련 회장

입력 | 2011-02-25 03:00:00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16군사정변 석 달 뒤인 1961년 8월 출범했다. 초대 전경련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맡았다. 전경련은 수출 주도 및 외자 도입을 축으로 한 경제개발 전략을 정부에 조언하고 실행하는 데 주력했다. 정경 유착 등 부작용도 없진 않았지만 보릿고개와 빈곤에 시달리던 한국이 오늘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전경련 회원사들인 대기업의 공헌이 컸다.

▷올해로 50년을 맞는 전경련 회장을 지낸 경제인은 어제 퇴임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포함해 13명이다. 이병철 창업주를 비롯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기업인들이 이 자리를 거쳤다. 정주영 최종현 회장은 10년과 5년 반 동안 전경련을 이끈 ‘장수(長壽) 회장’이었다.

▷재계 서열 7위인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신임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다. 10대 그룹 내 오너 총수가 전경련 수장(首長)이 된 것은 1999년 10월 김우중 회장이 중도 퇴진한 뒤 11년여 만이어서 관심이 높다. 허 회장은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전경련의 존립가치를 실현하고, 기적의 50년을 넘어 희망의 100년으로 가는 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경련 무용론’을 제기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위상을 감안할 때 전경련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전경련과 비슷한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과거 ‘재계의 총리대신’으로 불릴 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컸고 지금도 가장 비중 있는 재계단체 대표로 인정받는다.

▷경단련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최근 “세금으로 밥을 먹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치인들을 ‘봉급 도둑’이라고 비판했다. 허 회장도 우리 경제를 위해 정부 및 정치권과 협력할 때는 협력하면서 잘못된 흐름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이기주의는 금물이지만 사회적 현안에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적지 않게 뿌리내린 ‘열린사회의 적(敵)’들에 맞서는 자유의 투사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도 전경련이 소홀히 해선 안 될 책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