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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킥오프]이적동의서에 발목 잡힌 대학중퇴 선수들

입력 | 2011-02-25 03:00:00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7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공문을 하나 전달했다. 대학을 중퇴한 선수도 이적동의서를 받지 않으면 선수 등록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협회는 “규정상 대학을 중퇴하면 이적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연맹과 협회의 부주의로 그동안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 선수와 감독 간의 법적인 문제 등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해 이적동의서는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적동의서를 받지 않은 선수는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대학에 진학했다가 감독과 불화가 생기면 “프로에 가겠다”며 자퇴해버리는 일부 선수의 행태를 바로잡고 프로의 텃밭인 대학을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K리그 선수 등록 마감이 28일인데 아직 대학 중퇴자 5명이 이적동의서를 받지 못했다.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성남 일화, 부산 아이파크는 이 선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은 아예 해당 선수 영입을 1년 뒤로 미뤘다. 두 구단은 협회 구제위원회에 구원을 요청한 상태다. 한 구단 관계자는 “대학에서 해당 선수가 2년간 다닐 동안 등록금을 면제해 줬으니 그 돈을 줘야 이적동의서를 떼 준다고 하는데 참 어이없다”고 말했다. 이미 자퇴를 해서 해당 대학 선수가 아닌데 이적동의서를 떼어 주는 조건으로 돈을 달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학 자퇴 선수는 선수 등록할 때 이적동의서를 첨부해야 했다. 협회가 그동안 모른 척하다 갑자기 이적동의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의무화하면서 대학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협회와 연맹의 조율이 없어 생긴 문제였다. 협회와 연맹은 그동안 대표팀 선수 차출 등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 협회는 상위 단체로서, 연맹은 프로라는 힘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웠다. 이런 알력에 한국축구가 멍들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25일 이 문제로 협회와 연맹이 만난다. 양측은 “선수는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맹과 협회가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