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특채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지난해가을 갑작스럽게 장관직에서 물러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중이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초 사퇴한 뒤 10월 중순 스탠퍼드대로 건너와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지난 4개월여간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 전 장관은 24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이 대학 한국학프로그램 창설 10주년 기념세미나에 오찬연설을 하는 등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스탠퍼드대에 오셨나.
▲지난해 10월에 왔다.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한게 4개월이 됐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5월말까지는 있다가 들어갈 것 같다.
-객원연구원으로서 무엇을 하시나.
▲스탠퍼드대에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를 비롯해 북한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끝난게 아니라 이제 시작 같다.
그동안 미국 학자가 쓴 모든 자료를 다 읽어보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우라늄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 하는지, 또 북한과 `인게이지(engage.관여)'를 다시 할 것인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전략적 인내심 하에서 북한을 계속 무시할 것인가. 그럴수도 없을 것이지 않나. 전략적 인내심이 워싱턴에서도 많이 논의가 되고 있죠. 북한과 계속 이렇게 해야 하느냐. 뭘 대화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좀 더 강하게목을 조여야 하느냐가 워싱턴에서 상당히 고민이 될 것이다.
-지난해 가을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내가 다 모든 걸 내 중심적으로 생각한 거죠.(유 전 장관은 심경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고개를 흔들다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어쨌건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당시 인사 불공정의 대표적 사례로 돼서.
-작년에 갑자기 출국하면서 국회에서 말도 좀 나왔는데.
▲그때 분위기가 내가 뭘 국회에서 잘했다고 이렇게 할 분위기도 아니고..내가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고 나간 것이다. 다른 외교부 직원들에게 누가 안되도록 빨리 사표를 낸 것이다.
-외교부에서 요즘 여러 개혁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일절 외교부 본부와 연락이 없다. 부담을 느낄까봐. 인사발령도 보지 않는다.
-오찬연설에서 북한이 짓고 있는 영변 원자로 안전성 문제를 걱정했는데.
▲북한이 무슨 기술이 있나. 경수로를 건설한 적이 없지 않나. 방사능 오염 사고라도 나면 큰 문제가 날 것이다. 경수로 기술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대통령도 기회가 되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직접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상당히 긍정적인 것 아닌가. 그런데 북쪽 시스템이 그게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의지가 잘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5월 말에 들어가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아직은 뭐 정해진 것이 없다. 강의 같은 것을 할지... 대학 같은 곳에 자리를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갖고 책도 읽고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있다. 사무실도 매일 나온다.(유 전 장관은 이후 1-2평 남짓한 자신의 연구실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책상 위에 노트북 컴퓨터 한 대가 놓인, 햇볕이 들어오는 조그만 연구실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