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일상"… 다양한 예측지표로 급변상황 신속 대응
위기는 예고 없이 일상적으로 닥친다. KT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일시적 위기관리 체제에서 상시적 관리 체제로 전환했다. DBR DB
이는 KT가 위기 경영에 대한 개념 규정을 바꾼 데에 따른 것이다. 위기관리는 특정 상황에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통신 시장에서 변화는 일상화됐다. 마케팅 재무 등 각종 전략도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서 끊임없이 수정해야 한다. DBR 75호(2011년 2월 15일자)는 KT의 상시적 위기관리 경영을 집중 분석했다.
○ “위기는 일상이다”
이런 방식을 쓰니 문제 관리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우수 고객 해지율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서별 대응책을 받아 단순 취합해 해결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상시적인 지표 관리를 통해 해당 지표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이와 관련한 세부 지표를 추가로 확보해서 집중 분석하는 ‘딥다운(Deep-down)’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부서별 대책을 단순 취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기의 본질적 원인부터 명확히 파악해 각 부서원들이 통일된 인식을 갖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지표 선정은 주요 사업 부문 임원들로 구성된 회의에서 이뤄졌다. 여기에는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제시한 경영 목표와 연간 계획, 분기별로 새롭게 수립되는 계획을 반영해서 관리대상 지표를 선정했다.
KT는 연간 단위로 경영 목표 및 예산을 편성하고 연말에 실적을 평가하는 과거 관행에도 변화를 꾀했다. 분기별로 각종 계획을 다시 수립하는 ‘롤링 포캐스팅(Rolling-Forecasting)’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 제때 정보 제공해야 올바른 의사 결정
이 상황판은 최고경영진 회의에서도 활용됐다. 임원들은 직원들이 미리 준비한 결론을 보고받고 승인하는 게 아니라 상황판의 다양한 지표 추이를 봐가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토론한 뒤 개선 방안을 고민했다. 똑같은 데이터를 전 직원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임원들의 의사 결정 사항이 일선 사업부서로까지 잘 전달되어 실행력도 높아졌다. KT는 상황판의 특정 지표에다 임원회의 논의 사항을 붙여 놓았다. 실무자가 지시 사항을 전달받을 때 해당 업무가 왜 추진돼야 하는지, 관련 지표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미래를 입체적으로 예측
KT는 미래를 입체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경영 성과 예측 시뮬레이션’을 이용했다. 각종 지표의 모니터링과 분석이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는 단계라면 경영 성과 예측 시뮬레이션은 가상 시나리오별로 미래를 전망하고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변수를 찾기 위한 방법이다. 이 시뮬레이션은 신제품이 출시되면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고, 이에 따라 자사의 경영 성과는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KT는 ‘섀도 캐비닛’도 도입할 예정이다. 섀도 캐비닛은 고객 데이터와 시장 정보 분석 결과 등을 바탕으로 경쟁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나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기법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KT 임원들은 가상으로 경쟁사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며 그 입장에서 어떤 전략을 택할지 결정해 그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일례로 “경쟁업체인 A사는 인터넷 전화 마케팅 드라이브를 세게 걸다가 예전보다는 덜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B사는 인터넷 전화보다는 기존 유선전화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만약 A사가 다시 강력하게 인터넷전화 마케팅에 나서고 B사가 현재의 전략을 유지하면 우리 회사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라는 주제로 회의를 할 수 있다.
KT의 워룸 운영 사례는 효과적인 위기 경영 체제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의사 결정 시 직관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KT는 전사 경영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지표, 기업 재무 상태를 드러내는 자료를 임직원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 의사결정을 유도했다. 둘째,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관리 대상 지표를 수시로 변경해야 한다. 관리하는 지표가 고착되면 임직원들의 시야가 좁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 KT는 주요 지표를 자주 교체했다. 셋째, 사전에 포착한 위기의 징후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KT는 상황판을 임원회의에서 실제로 사용했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현장에도 전파해 실행력을 높였다. 넷째,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의 위기관리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KT에서는 워룸을 운영하는 조직인 가치경영실이 CEO 직속 기구여서 의사 결정에 필요한 현장 정보를 제때 잘 취합할 수 있었다. 위기 경영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되려면 CEO의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웹과 모바일을 적극 활용해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위기 경영을 수행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신광석 KT 가치경영실 상무 ksshine@kt.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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