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가 1517년에 그린 ‘교황 레오 10세와 메디치 가문의 추기경들’. 중앙에 앉아 있는 이가 교황 레오 10세로 ‘위대한 자’ 로렌초 데 메디치의 둘째 아들이다.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추기경은 루이지 데 로시(왼쪽)와 줄리오 데 메디치(오른쪽)다. 줄리오 추기경은 이후 교황 클레멘트 7세로 등극한다. DBR DB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후,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초상화 작가로 명성을 날렸던 라파엘로가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 그 작품의 주인공들은 23년 전에 피렌체에서 쫓겨났던 메디치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이 작품이 바로 ‘교황 레오 10세와 메디치 가문의 추기경들’이다. 그림 속의 교황 레오 10세는 ‘위대한 자’ 로렌초 데 메디치의 둘째 아들로, 세속명은 줄리아노였다.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추기경은 루이지 데 로시와 줄리오 데 메디치다. 줄리오 추기경은 장차 교황 클레멘트 7세로 등극한다. 절문의 위기까지 놓였던 메디치 가문은 어떻게 절망과 설움의 순간을 극복하고 교황을 배출한 이탈리아의 명문가로 다시 설 수 있게 됐을까? 사노라면 언젠가는 흐린 날을 한숨 속에 보내야 하는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DBR 75호(2011년 2월 15일자)는 메디치 가문이 설움과 절망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소개했다. 다음은 내용 요약.
○ 열여섯 살 소년 추기경에게 닥친 위기
조반니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추기경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때 불행이 닥쳤다. 부친인 로렌초 데 메디치가 숨을 거뒀다. 설상가상으로 피렌체는 프랑스의 찰스 8세에게 점령당했고, 형 피에로가 이끌던 메디치 가문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아버지는 죽었고, 사돈이던 교황은 서거했다. 믿었던 형은 도망쳤고, 가문은 문을 닫았다. 조반니는 말이 로마의 추기경이지, 현직 교황이 목숨을 노리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년 추기경 조반니는 놀랍게도 이 절망과 설움의 순간을 서서히 극복해 간다. 그는 절망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기 힘으로 메디치 가문의 영광을 부활시키리라는 소망을 간직한 채 한 가지 일에 몰두했다. 그것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 절망의 순간에 소년 추기경은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앞으로 교황에 선출되려면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 세상 속에 나가 권토중래 꿈을 키우다
우선 그 일을 같이할 동반자를 찾았다. 그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사촌 줄리오를 찾아갔다. 조반니는 사촌 줄리오를 설득해 유럽 여행을 핑계로 은둔할 것을 제안한다. 사촌형의 제안을 줄리오는 기꺼이 받아들여 사촌형제의 긴 방랑이 시작됐다. 장차 교황이 될 이 두 명의 사촌형제는 10대 후반의 나이에 아무런 정치적 후원이나 교황청의 신임장 없이 이탈리아와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조용히 미래를 도모한다. 절망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들은 서로에 대한 우정과 믿음을 키웠다. 무엇보다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세상살이의 이치를 배웠다.
조반니와 줄리오는 다음 교황으로 선출될 만한 인물을 찾아야 했다. 미래의 교황과 친분관계를 쌓는 일이 자신들의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 소년은 제노아에 은둔하던 줄리아노 델라 로베레 추기경을 만나러 갔다. 줄리아노 추기경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젊은 추기경 조반니 데 메디치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어릴 적부터 마상 창 경기와 사냥에 익숙했던 조반니 추기경은 역시 사냥을 좋아하던 줄리아노 추기경과 금방 친해졌다. 인문학적 소양이나 신학 지식과는 거리가 멀었던 줄리아노 추기경은 조반니 추기경의 깊이 있는 학문적 소양을 높이 평가했다.
줄리아노 추기경은 제노아에서 자신의 강력한 지지 세력을 얻게 됐고, 조반니 추기경은 다음 교황으로 선출될 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을 확보하게 됐다. 실제로 줄리아노 추기경은 장차 교황 율리우스 2세로 등극하게 되고, 조반니 추기경은 그 뒤를 이어 교황 레오 10세가 됐다. 그리고 두 추기경과 함께 말을 달리던 줄리오 역시 교황 클레멘트 7세로 선출된다.
메디치 가문은 이렇게 사회부연(死灰復燃·사그라진 재에서 불이 다시 살아남)과 권토중래(捲土重來·한 번 패배한 사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재기함)를 이루었다. 절망과 설움의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함께 도모할 사람을 만들며 때를 기다린 것이다. 좋은 날은 기다린다고 무조건 오지는 않는다. 좋은 날은 좋은 사람과 온다. 특별히 그 사람이 함께 설움과 절망을 견뎠다면, 언젠가는 그 좋은 사람과 함께 쨍하고 해 뜰 날을 맞이할 것이다.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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