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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일과 삶]정철종 모토로라 모빌리티 코리아 대표

입력 | 2011-02-26 03:00:00

칼바람에도 한강 라이딩… 막힌 생각 ‘뻥’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모토로라 모빌리티 코리아 본사에서 정철종 대표가 산악자전거(MTB)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6년째MTB를 타고 한강변을 홀로 달리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모토로라 모빌리티 코리아 정철종 대표(50)는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페달을 밟는다. 자신의 애마(愛馬)인 산악자전거(MTB)를 끌고 느릿느릿 분당 탄천의 자전거 도로로 향한다. 반드시 스피드를 낼 필요는 없다. 그래서 타이어 폭이 좁아 속도가 잘 나는 로드 사이클이나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아닌 MTB를 택했다. 자신만의 페이스로 한 시간을 달려 잠실과 집 사이를 오가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다. 때론 사업 구상을 하기도 한다. 라이딩을 즐기는 이 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철저히 혼자다.

○ 6년째 돌아가는 자전거 페달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짬을 내 자전거에 몸을 실은 것이 벌써 6년째. 2006년 여섯 살이던 쌍둥이 딸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면서 자신도 자연스럽게 취미를 붙였다. 정 대표는 “한강에서 압구정동으로 가는 업힐(오르막길) 구간이 힘들어 마포대교까지만 간다”며 “마니아들에겐 우스운 실력이니 너무 치켜세우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자전거 마니아들이나 쓸 법한 전문용어들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웬만한 자전거 전문가들도 살을 에는 강바람 때문에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한겨울의 ‘한강 라이딩’도 그에게는 일상이다. 지난해 모토로라 코리아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인 디파이를 출시하면서 한국형 제품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바이크메이트’를 탑재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 모토로라 본사를 움직인 비결

쟁쟁한 인재들이 모인다는 첨단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정 대표처럼 6개 언어를 구사하는 정통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드물다. 15세에 부모님을 따라 파라과이로 이민을 간 그는 외국인학교에서 스페인어와 영어를 익혔다. 고교 시절에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고른 덕에 캐나다에서도 프랑스어권에 속한 퀘벡 주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공학박사 학위는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받았다.

이어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 마케팅 책임자로 있으면서 대만 사업에 집중하려고 중국어를 배웠다. 이 밖에 스페인어의 사촌 격인 포르투갈어와 이탈리아어도 들으면 대충 이해할 수준은 된다. 모토로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탐낼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코스모폴리탄’인 셈이다.

통신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출중한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정 대표는 모토로라 본사를 설득해 전략 스마트폰 모델의 국내 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디파이에 이어 올해 모토로라가 ‘올인’하고 있는 스마트폰 ‘아트릭스’와 태블릿PC ‘줌’도 미국 출시시기와 거의 비슷하게 맞추기로 했다. 미국보다 통상 6개월 이상 한국 출시가 늦었던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2005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레이저’의 성공 이후 스마트폰에서 뚜렷한 히트작이 없어 한동안 고전했던 모토로라 코리아가 아트릭스와 줌으로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제품이 좋으면 소비자들은 반드시 알아본다”며 “올해 국내에서 모토로라의 프리미엄 제품을 갖고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모토로라는 올 들어 단말기 등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에 집중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통신장비 등 기업간 거래(B2B)를 전담하는 모토로라 솔루션의 2개사로 분리됐다. 서로 다른 고객층에 맞춰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도전하는 승부사

정 대표는 모토로라에 합류하기 전 연구원부터 중소기업 대표, 대기업 간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1992년 광케이블 TV로 박사학위를 딴 뒤에는 캐나다의 국립 통신연구소와 벤처기업에서 일했다. 이때 미국에서 인연이 닿았던 지인으로부터 국내 중소기업의 광중계기 연구개발(R&D) 책임자로 와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광통신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회사여서 주변 만류도 있었지만 그는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1994년 귀국길에 올랐다.

이후 2001년부터 삼성전자 시스템LSI 마케팅그룹장을 맡으면서 불모지에 가깝던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대만의 내비게이션 업체인 망고-리서치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마케팅 부사장으로 일한 적도 있다. 통신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해보고 싶은 분야는 원 없이 도전해 온 것이다.

이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버티고 서있는 국내시장을 무대로 새로운 정면승부를 벌일 각오다. 정 대표는 “연구개발(R&D) 센터를 포함해 현재 650명에 이르는 직원도 그 수를 늘릴 것”이라며 “5종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리미엄급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잇달아 내놓아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정철종 대표는

―1961년 3월 20일 출생

―버지니아공대 공학박사

―캐나다 맥길대 전자공학 학사·석사

―2010년 10월∼현재 모토로라 모빌리티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08년 3월∼2010년 9월 웅진에스티 대표

―2006년 3월∼2007년 12월 망고―리서치 부사장

―2001년 10월∼2006년 2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시스템LSI
마케팅 그룹장

―2000년 6월∼2001년 10월 테라링크 커뮤니케이션 세일즈 및 오퍼레이션 총괄부사장

―1997년 5월∼2000년 6월 M.B.T. 최고기술경영자(CTO)

―1994년 4월∼1997년 5월 대영전자 R&D그룹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