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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상률 수사 적당히 끝낼 생각 말라

입력 | 2011-02-26 03:00:00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을 본격 수사하기 직전에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약 2년 만에 귀국했다. 그의 귀국은 박 회장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모두 끝나자 이뤄졌다. 이 때문에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기에 앞서 힘을 가진 쪽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귀국 경위야 어찌됐든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철저히 수사해 각종 의혹의 진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국세청장에 임명된 한 씨는 현 정부 출범 때 이례적으로 유임됐다. 그가 전군표 전임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시가 약 3000만 원짜리 그림을 상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그는 바로 국세청장 직을 사퇴한 뒤 두 달 만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림 상납 외에도 받고 있는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8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가까운 경북 포항의 유지 및 기업인에게 골프 접대를 하며 국세청장 연임 로비를 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서 태광실업의 세무조사를 무마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소문도 단순한 소문만은 아닌 것 같다. 2007년 포스코 세무조사 때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대선 때 논란이 됐던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문건을 발견했지만 무마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국세청장 때인 2008년 8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 맡겨 직권을 남용했다는 대목도 죄가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과 참여연대는 2009년 그에 대해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해놓은 상태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수사 대상에는 현직 대통령이나 권력 주변 인사들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만큼 수사 진전에 따라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권력이 개입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수사를 적당히 끝낼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의혹의 실체를 가리기 위해 수사의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이번 수사가 그동안 실추됐던 검찰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되찾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부실한 수사로 특별검사가 나서게 될지는 검찰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