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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한라 아이스하키팀서 골리(골키퍼) 도전

입력 | 2011-02-26 03:00:00

위 아래 옆 퍽퍽퍽… 시속100㎞ 쌩쌩쌩
엉겁결에 막았다… 악! 뒤로 벌러덩




《“무리한 체험입니다. 서 있는 것도 힘들 수 있어요. 퍽에 맞으면 보호 장비를 입어도 아플 겁니다. 헬멧에 맞으면 정신이 없을 거예요. 사실 5분이나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막상 체험을 한다고 하니 관계자들이 겁부터 줬다. 얼마나 아플 것인지부터 10분간 부상 얘기만 했다. “지금이라도 그만둬도 된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아이스하키 골리(골키퍼) 체험은 한겨울에 납량특집처럼 시작됐다. 23일 골리 체험을 위해 찾아간 곳은 안양 실내빙상장. 이곳은 한라 아이스하키팀의 연습장이자 홈경기장이다.》

○ 발단―“왜 하필…”

무게 30kg에 이르는 각종 보호장비로 중무장한 본보 김동욱 기자(오른쪽)가 23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아이스하키 골리(골키퍼) 체험을 하고 있다. 왼쪽은 연이어 슛을 날리고 있는 한라 이권재 선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뜸 “왜 하필 골리 체험입니까”라며 한라 양승준 부장이 쏘아붙였다. 힘들기도 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골리 체험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양 부장은 “선수들도 궁금해 나섰다가 몇 분 만에 헬멧을 던지고 나갈 정도다. 그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경화 고무로 이루어진 퍽은 슛할 때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날아간다. 빠를 경우 200km에 이른다. 맨몸으로 퍽을 맞으면 뼈가 부러진다. 보호구가 있지만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정도. 골리 출신인 홍보팀 김정무 씨는 “경기 뒤 온몸은 멍투성이다. 패드가 얇은 부위에 퍽을 맞으면 부어서 한참 동안 고생한다”고 말했다.

○ 전개―장비 착용부터 난관에 봉착

보호구와 장비 착용부터 어려웠다. 골리는 다른 선수들보다 보호구가 더 많고 두껍다. 무게는 20∼30kg에 이른다. 급소 보호구를 시작으로 무릎, 하반신 보호구와 스케이트를 먼저 착용했다. 낑낑대긴 했지만 얼추 혼자 했다. 정강이 보호구부터는 도움이 절실했다. 김정무 씨는 “초보자가 혼자 입기는 쉽지 않다. 선수들도 장비 착용하는 데 10분 넘게 걸린다”고 했다. 하나하나 착용할 때마다 몸의 행동반경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상반신과 목 보호구, 장갑, 헬멧까지 착용하자 드디어 끝났다. 시계를 보니 20분이 흘렀다.

○ 위기―30m 복도가 300m로 멀어 보일때

빙판으로 가기 위해 복도로 나섰다. 스케이트를 신은 다리를 앞으로 뻗자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걷는 데에도 평소 힘의 두세 배를 써야 했다. 보폭과 움직임은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 30kg이라는 무게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한 걸음 떼기가 벅찼다. 노인 체험을 하는 기분이랄까. 30m 복도가 300m처럼 느껴졌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기본자세 훈련이 시작됐다. 일명 ‘기마자세’.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굽혀 상체를 숙였다. 양손은 앞을 향해 벌렸다. 30초 정도 있었을까. 몸의 모든 근육이 바짝 당겨지고 있음을 느꼈다. 바로 자세를 풀고 벤치에 앉았다. 후회가 밀려들었다.

○ 절정―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퍽

빙판 위에 서자 관중석에 앉았을 때보다 퍽 치는 소리와 스틱 소리가 크게 들렸다. 소리가 더욱 긴장감을 높였다. 마음을 다잡기도 전 심의식 감독이 외쳤다. “골대 앞에 서세요.” 골대 앞에 서자 선수들이 작심이나 한 듯 달려들었다. 앞, 뒤,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다가왔다. 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못 차릴 무렵 한 선수가 기자를 향해, 아니 골대를 향해 퍽을 날렸다. 평범한 슛이었지만 당시에는 놀라서 눈만 깜빡였다. 가랑이 사이로 퍽이 날아왔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몸이 가만히 있었다. 심 감독이 다시 외쳤다. “교체!”

○ 결말―30분 체험? “이제 13분 지났어요”

심 감독이 직접 특별 훈련에 나섰다. “자 시작합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5m 앞에서 퍽을 날려댔다. 위, 아래, 옆을 가리지 않고 퍽이 날아들었다. 분명 내 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퍽은 속절없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왼손 똑바로 들고” “허리 더 숙이고” “자세 똑바로” 퍽이 날아들 때마다 심 감독의 고함이 들렸다. 이미 몸은 땀으로 젖었다. 땀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선수들은 기자의 당황한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멀리서 퍽을 날렸다. “휭” 소리와 함께 퍽이 몇 개 날아왔다. 다행히 몸에 맞지는 않았지만 펜스를 때리는 소리에 식은땀이 더해졌다. 실수였는지 퍽 하나가 스틱에 맞았다. “막았다”고 생각한 순간 충격에 뒤로 나뒹굴었다. 일어나려 했지만 보호 장비 때문에 쉽지 않았다. 버둥거리며 일어서자 다시 훈련 시작. 다리가 후들거렸다. 등을 보이고 골대를 잡고 서 있었다. 심 감독이 “이제 그만 하죠”라며 웃었다. 구원의 말 같았다. 빙판 밖에 나가 겨우 웃으며 “너무 오래 체험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자 심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딱 13분 지났네요. 하하.”

안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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