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 법정 근승랑 지음 44쪽(동영상DVD 포함)·4만8000원·동아일보사
법정 스님의 웃는 모습이 환하고 맑다. 저자는 “스님의 날카로운 눈빛을 경책(警策)으로 여기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날 당신의 표정에는 맑음과 부드러움만 있었다”고 회고한다.
법정 스님 1주기(28일)를 맞아 이번 헌정 사진집을 낸 저자(본명 이종승)는 길상사와 법정 스님을 찍게 된 연유를 이렇게 밝혔다.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으로 근무 중인 저자는 취재 이후 매일 길상사를 찾아 108배를 한 뒤 스님과 불자들을 찍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오전 5∼6시에 길상사에 들렀고 일요일이면 거의 하루 종일 머물렀다. 2008년 2월까지 이 생활을 반복했고, 업무상 지속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틈이 날 때마다 들렀다. 당시 길상사 주지였던 덕조 스님은 저자에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 사진을 찍는 것 같다”며 ‘일여(一如)’라는 불명(佛名)을 주기도 했다.
저자의 블로그(www.urisesang.co.kr)에는 길상사의 사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가 찍은 길상사와 법정스님 사진은 수만 장에 달한다.
뒷짐을 지고 손가락을 튕기는 버릇이 있던 거친 손, 풀을 먹여 빳빳하게 날을 세운 행전(종아리에 차는 헝겊) 등 법정 스님의 모습은 한참 뒤에야 앵글에 담을 수 있었다. 사진집에는 고르고 고른 법정 스님 관련 사진 18점이 동영상 DVD와 함께 들어있다. 판매수익금은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활동하는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에 기부하기로 했다. 3월 2∼8일 ‘법정 스님 입적 1주기 사진 전시회’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토포하우스(02-734-7555)에서 연다.
“법정 스님의 모습을 담으려는 여러 사진기자가 있었지만 스님은 ‘사진을 찍지 마라’고 제지하기도 하셨어요. 그런 스님이 왜 저에게만 촬영을 허락하셨는지 아직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자는 요즘 전국을 돌며 사찰을 찍고 있다. “길상사를 보면 ‘나눔’이 떠오르듯 사찰을 통해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