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3시경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금요예배를 마친 수천 명이 “카다피는 물러나라”며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출발해 도심까지 행진에 나섰다. 트리폴리에서 조직화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15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리비아 전체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트리폴리에 거주한다.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카다피 진영은 처음엔 허공에 위협사격을 가하며 이들을 저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시위대를 향해 사격이 이어졌다. 군용차를 타고 쫓아가며 사격하기도 했다.
녹색광장 인근 알조마 거리에 있던 한 목격자는 “정부군의 발포로 주변에 있는 사람이 총에 맞아 숨지고, 다친 사람들이 거리에 뒹구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다른 목격자는 AP통신에 전화를 걸어 울부짖으며 “정부군이 여러 가지 총으로 무차별 사격을 하고 있다”며 “총에 맞은 사람들이 가는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 목격자와 전화 인터뷰 도중에도 총탄 발사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부터 트리폴리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카다피를 지지하는 친정부군은 팔에 녹색 완장을 찬 채 녹색광장을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카다피 원수의 명령을 받은 정예군과 용병부대도 도시 안팎에 탱크를 집중 배치하면서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카다피 진영은 “25일 집 안에 있으라”고 다른 사람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100리비아디나르(약 9만 원)를 주겠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반정부 시위대는 “25일을 해방의 금요일로 만들자”고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AP통신은 트리폴리 집회를 대규모로 열기 위해 청년들이 여러 도시에서 출발해 트리폴리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한 시민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금요일 집회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죽게 되더라도 집회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압둘 라흐만 알압바르 리비아 검찰총장이 사임했다고 알아라비야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알압바르 검찰총장은 “나는 리비아 검찰총장직을 사임하고 리비아 국민의 뜻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