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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트리폴리 ‘피의 금요일’]시위대에 난사… 트리폴리 ‘피의 금요일’

입력 | 2011-02-26 03:00:00

수도서 첫 대규모 시위… 친위대 발포로 최소 5명 사망카다피 “모든 무기 동원해 시위대 무찌를 것” 배수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따르는 군대 및 용병들이 25일 오후 수도 트리폴리에서 행진하던 반정부 시위대에 무차별로 발포했다.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트리폴리 유혈충돌’이 현실화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발포가 시작된 직후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타전한 기사에서 최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반정부 시위대가 이날 녹색광장 인근 이슬람사원에서 금요예배를 가진 뒤 거리행진에 나섰으며 “카다피를 축출하자”는 구호가 나오자 발포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총성이 들렸다며 트리폴리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대가 총격에 흩어진 뒤 카다피 원수는 수천 명의 친정부 시위대가 모여 있는 녹색광장 옆 붉은성 성곽 위에 나타나 “우리는 그들(반정부 시위대)을 무찌를 것이다. 필요하면 모든 무기를 동원할 것이다. 리비아를 지키라. 석유를 지키라”고 연설했다.

앞서 24일에는 반정부 세력과 카다피군이 트리폴리 부근 주요 도시들에서 대규모로 무력 충돌했다. 카다피 원수 측 친위군대와 해외 용병부대는 반정부 세력권에 들어간 제3의 도시 미스라타, 그리고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자위야를 되찾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했지만 반정부 세력의 저항에 부닥쳐 패퇴했다. 특히 자위야에서는 카다피군이 대공무기와 자동화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100여 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반정부 세력은 주요 석유 수출항인 라스라누프와 마르사엘브레가에 있는 유전 및 정유시설을 24일 장악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25일 리비아에 대한 전면적 무기 금수조치 등이 포함된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동으로 제출했다. 미셸 알리오마리 프랑스 외교장관은 “리비아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다루는 것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안보리를 26일 오전 다시 열기로 했다. 스위스 정부는 24일 카다피 원수와 측근의 자산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카다피 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25일 방영된 CNN튀르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리비아에서 살고 죽을 것”이라고 말해 정권 붕괴 상황이 닥쳐도 리비아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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