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로 활약 중인 재일교포 4세 추성훈. 동아일보DB
이 신문이 취재를 끝내고도 기사화 하지 않은 이유는 쟁쟁한 한국계 스타플레이어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던 데다, 이들이 한국계로 밝혀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이었다. 한국계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유, 무형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일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지인은 "일본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다"며 "스포츠나 연예계의 스타들도 한국계라는 것을 떳떳이 밝히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 뛰는 것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축구대회 결승전에서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려 일본을 우승으로 이끈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재일동포 4세인 그는 일찌감치 한국계임을 밝히고 한국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 멤버로도 선발됐지만 재일동포에 대한 편견을 넘지 못하고 끝내 일본으로 귀화했다.
격투기 선수로 활약 중인 재일교포 4세 추성훈. 동아일보DB
추성훈이나 이충성이나 한국을 증오할 법도 했으나, 이들은 한국을 버리지도, 미워하지도 않았다.
아키야마 요시히로로 이름을 바꾼 추성훈은 이후에도 "추성훈도 나고, 아키야마도 나"라고 말한다.
이충성은 아시안컵이 끝난 뒤 "난 한국 선수도, 일본 선수도 아니다. 축구 선수로 불리고 싶다"는 말을 했다.
격투기 선수로 활약 중인 재일교포 4세 추성훈. 동아일보DB
그는 "일본 야구계에 정말 많은 한국인들이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 일본대표팀의 3분의 1이 한국계였다. 내가 지바 롯데 있을 때 조사해 봤더니 한국계 선수들로만 2~3개의 프로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며 "이런 재일동포 선수들이 한국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뛰어난 재일동포 선수들의 소망을 이루게 할 수 있을까. 이충성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