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양혜왕·하’ 제13장이다. 약소국인 등(등)나라의 군주가 주변의 두 대국 가운데 어떤 나라를 섬겨야 나라를 유지할 수 있을지 맹자에게 물은 내용이다. ‘맹자’의 이 장에서 事齊事楚(사제사초)라는 성어가 나왔다. 등나라 문공이 맹자에게 ‘제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초나라를 섬겨야 합니까’라고 물은 데서 나온 이 말은 양쪽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옛 한문에서는 강대한 세력 사이에 끼인 난감한 상황을 표현할 때 間於齊楚(간어제초)라는 성어도 사용했다.
등나라는 서주 시대에 分封(분봉)을 받아 전국시대까지 존속했던 제후국으로, 지금의 山東省(산동성) 등縣(등현) 일대에 있었다. 이웃에는 戰國七雄(전국칠웅)의 나라들로 꼽히는 齊(제)나라와 楚(초)나라가 있었다. 전국칠웅이란 중국의 전국시대 때 강대한 세력을 지녔던 일곱 나라를 통칭하는 말로 동방의 齊, 남방의 楚, 서방의 秦(진), 북방의 燕(연), 중앙의 魏(위), 韓(한), 趙(조)를 가리킨다.
間은 본래 閒의 자형으로 되어 있으나 이때의 閒은 間과 같다. 여기서는 두 나라 사이에 끼여 있다는 뜻이다. 事는 섬긴다는 말로 事大(사대·대국을 섬김)의 事이다. ‘∼乎 ∼乎’는 ‘∼하는가, 아니면 ∼하는가’라고 선택지를 제시하여 묻는 의문문이다.
등나라는 약소국으로서 강대국 사이에 끼여 주권을 지키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주변의 강대국 가운데 제나라든 초나라든 한 나라를 선택하여 事大를 하는 것도 국가 보존을 위한 한 가지 방안이었을 듯하다. 하지만 어느 역사 단계이든 事大는 국가의 주권을 지켜내는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결코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 호에서 맹자의 제안을 듣게 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