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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KTX 잦은 사고, 許 사장의 무신경

입력 | 2011-02-28 03:00:00


26일 오전 동대구역을 출발한 KTX-산천 354호 열차가 김천구미역 인근에서 기관출력 이상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대전역에 예정보다 26분 늦게 도착했다. 시속 30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는 열차가 갑자기 150km 이하로 속도가 떨어진 것은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사고다. 코레일 측은 아직도 원인조차 찾지 못해 막연하게 열차 동력 계통에 구조적인 결함이 생긴 것으로 짐작하는 정도다.

25일 오전에는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106호 열차가 경기 화성시 매송면 부근에서 열감지센서 오작동으로 멈춰 40여 분간 운행이 지연됐다. 2주 전인 11일 발생한 광명역 KTX 탈선 사고로 정부 합동점검반이 특별점검을 하던 중 연거푸 고장과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달 6일에도 부산역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출발 직전 배터리 고장으로 다른 열차로 교체됐다. 최근 두 달 사이에만 다섯 번이나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고속철도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안전에 대단히 민감하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무슨 사람이 다쳤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철도 사고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코레일 사장으로서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발언이다. 철도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할 책임이 있는 허 사장이 무신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KTX-산천 열차는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이 세계 네 번째로 개발한 고속열차다. 우리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액 190억 달러에 이르는 브라질 고속철도와 430억 달러짜리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 수주에 나서고 있다. 잇단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으면 이들 나라에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어느 나라가 사고가 잦은 열차를 수입하겠는가.

2주 전 탈선 사고의 원인은 고장을 수리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너트 하나를 제대로 조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 노조 측은 코레일 본사 인원을 줄이고 외부 업체에 정비와 유지관리를 맡긴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본사가 직접 해야만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부 업체에 정비를 맡기더라도 코레일이 철저히 감독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정부와 코레일은 작은 이상이나 고장이라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