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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 극복한 ‘왕의 연설’ 4관왕 등극

입력 | 2011-03-01 03:00:00


영국 왕 조지 6세가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말더듬증을 극복하고 감동적 연설에 성공하는 내용의 영화 ‘킹스 스피치’가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소셜 네트워크’를 제치고 아카데미 왕좌에 올랐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과 감독상(톰 후퍼·39), 남우주연상(콜린 퍼스·51), 각본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출품작 중 가장 많은 12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킹스 스피치’는 왕위를 포기한 형 에드워드 8세를 대신해 영국 왕이 된 조지 6세가 자신을 줄곧 괴롭혀온 말더듬증을 떨쳐낸 뒤 역사적인 라디오 연설을 통해 2차대전 속의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후퍼 감독은 영화감독으론 신예에 속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연극과 TV 광고를 전공했으며 TV 드라마 연출자로 인정받아 왔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조지 6세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보고 영화로 만들기를 권했던 어머니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영국 배우 퍼스는 ‘러브 액추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출연하면서 내성적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전형적 영국 남성상을 연기해 특히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킹스 스피치’에서는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왕이었던 조지 6세를 완벽하게 소화해 그에 대한 영국인들의 사랑은 한층 깊어지게 됐다.

2009년 ‘싱글맨’으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는 ‘킹스 스피치’로 지난해와 올해 초 글든글로브상,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상 등을 휩쓸었다. 지난해 ‘크레이지 하트’에서 한물간 가수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는 올해 ‘더 브레이브’로 2연패에 도전했지만 퍼스에게 밀렸다.

여우주연상은 평론가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블랙 스완’의 내털리 포트먼(30)에게 돌아갔다. 그는 영화 속 발레리나 역을 위해 9kg을 감량하고 10개월간 하루 8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발레를 지도한 벤저민 마일피드와 약혼한 그는 이날 아이를 가져 배가 부른 모습으로 나타나 “그(약혼자)가 가장 중요한 배역을 선사했다”며 벅찬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포트먼은 1994년 13세 때 ‘레옹’의 마틸다 역으로 세계적 스타가 됐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해 주목을 받았을 뿐 정상급 성인 연기자로서 인정받을 작품은 선보이지 못해 왔다.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아넷 베닝은 이번까지 4차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남우, 여우조연상은 복서 미키 워드의 삶을 다룬 ‘더 파이터’의 크리스천 베일과 멜리사 리오에게 돌아갔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창업을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킹스 스피치’와 주요 상을 겨룰 것으로 예상됐으나 각색, 편집, 음악상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꿈속에서 생각을 훔치는 정보전을 다룬 SF 영화 ‘인셉션’은 촬영, 시각효과, 음향편집, 음향효과 등 기술 부문 4개 상을 휩쓸었다.

올해 아카데미는 젊은 배우 제임스 프랭코(33)와 앤 해서웨이(29)를 사회자로 기용하는 등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보였다. 프랭코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상식 무대 뒷모습과 현장 사진, 영상을 실시간 업데이트했다. 시상식 무대에 스마트폰을 들고 오른 그는 자신이 메릴린 먼로로 분장하는 모습, 무대 뒤에서 동료들과 대화하는 모습 등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