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요즘 여고생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물건은?
정답 양말.
흔하디 흔한 양말이 어떻게 자존심의 상징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강원 강릉여고 3학년 김모 양(18)의 설명에 귀기울여보자.
김 양의 ‘필살아이템’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호빵맨이 그려진 파란색 양말. 지난해 강릉 단오장에서 1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고교생이 신기에는 다소 촌스럽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양말 선택에도 ‘희소성의 원칙’이 존재한다. 호빵맨 양말을 신은 학생은 전교생 중 김 양 단 한 명뿐이다.
경기 안양시의 한 고교에 갓 입학한 정모 양(16)은 중학교 때까지 ‘양말 패션계의 정복자’로 통했다. 그는 양발에 각각 색깔이 다른 양말을 신는다. 정 양 집에는 무지개 빛 원색 양말이 한가득이다. 파란색과 초록색 양말을 한쪽씩 신고 학교에 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양쪽을 다른 색 양말로 맞춰 신고 학교에 갔더니 담임선생님이 잠결에 잘못 신고 온 줄 아시더라고요.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화제가 됐죠. 이번 신 학년에 대비한 양말 패션도 이미 준비완료예요.”(정 양)
○질문 둘 고교생들은 성형 수술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에 받는다?
정답 아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춘기 여고생들 중 적잖은 수가 방학 동안 얼굴을 ‘튜닝’(‘성형’을 일컫는 신세대 사이 은어)한다. 여고생들에 따르면, 방학이 끝나면 한 반에 많게는 3∼5명이 달라진 얼굴로 학교에 나타난다고. 수능이 끝나고 수술을 하면 자리를 잡기까지 1년 남짓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너무 늦는다는 이유에서란다. 새 학기를 맞아 외모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나타나면 자신감이 생겨 공부도 잘된다는 게 일부 학생의 주장이다.
○질문 셋 스마트폰은 고교에게 필수 아이템이다?
정답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유행에 민감한 많은 고교생이 스마트폰을 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한 반에 많아야 3, 4명만이 사용한다. 그 덕분에 스마트폰에 가득 채운 애플리케이션(앱)을 준비하면 단숨에 주목받을 수 있다고. 트위터에서 ‘청소년당’이라고 하는 이름의 대화공간을 운영하는 고3 김예찬 군(18)은 “재미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몇 개만 있으면 주위에 친구가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군은 학교에서 스마트폰 넌센스 퀴즈 앱 하나로 재치만점 친구가 됐다. 앱에서 ‘오리가 얼면?(언덕)’, ‘잘 때리기로 유명한 운동선수는?(펠레)’ 같은 문제를 계속 내주기 때문.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이 다운받은 ‘앵그리버드’를 다운 받아가니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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