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아성에 도전하는 항암 新藥들 “우리도 강력하다”글리벡 이어받은 타시그나 차세대 치료제로 꼽히는 스프라이셀-라도티닙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은 2001년 5월 타임지 커버스토리를 가득 채운 신약이었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도록 분자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표적항암제로 신약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마법의 탄환’ ‘기적의 항암제’ 등으로 불리는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뿐만 아니라 위장관기질종양(GIST), 희귀 혈액암, GIST 수술 후 보조요법, 융기성 피부섬유육종, 골수이형성 증후군, 골수증식 질환, 과호산구성 증후군, 만성 호산구성 백혈병 등 8개 질환에 지금도 사용된다.
최근엔 글리벡과 어깨를 겨룰 항암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와 한국 BMS의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 일양약품의 라도티닙이 항암제 시장에서 글리벡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타시그나는 글리벡을 개발한 노바티스사가 글리벡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분자적으로 설계된 글리벡을 컴퓨터로 리모델링해 암세포를 더욱 강력하고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고안됐다.
○형보다 나은 아우 타시그나 타시그나는 원래 글리벡이 더 이상 안 듣는 환자를 위해 개발됐지만 글리벡과 1차 치료효과를 직접 비교한 결과, 글리벡보다 암유전자는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부작용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질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치료의 핵심인데, 타시그나는 질병이 가속기나 급성기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형보다 나은 아우가 탄생한 것이다.
타시그나는 국내에서는 2010년 12월 1차 치료제로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 1차 치료제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았을 때 바로 처방받아서 복용할 수 있는 약을 말한다. 문학선 한국노바티스 항암제사업부 상무는 “타시그나는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혁신 신약”이라며 “환자와 의료진에게 더 많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환자의 편의를 도모한 스프라이셀 스프라이셀은 글리벡보다 더 빠르고 우수한 치료 효과와 함께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중 아무 때나 한 번만 복용해도 약효가 줄지 않는 차세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다. 글리벡은 1일 100mg짜리 알약 4개를 매일, 공복시간을 피해 복용해야 한다.
2007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이후, 1년 만에 국내에 2차 치료제로 나온 스프라이셀은 글리벡에 내성이나 불내약성(약에 대한 저항 때문에 복용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올 1월에 1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환자 519명에게 글리벡과 스프라이셀을 각각 1차 치료제로 평균 18개월 동안 사용한 임상시험결과, 스프라이셀 100mg을 복용한 환자 78%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키는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사라진 반면 글리벡 400mg을 복용한 환자 중 문제의 염색체가 사라진 비율은 70%였다. 또 염색체 제거 반응은 스프라이셀을 복용한 환자에서 평균 3.1개월 빠르게 나타났다. 또 글리벡에 내성 및 부작용을 보이는 만성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회 스프라이셀 100mg을 4년간 투여한 결과 병의 악화 없는 생존율(무진행 생존율·PFS)이 66%로 나타났다. 이세원 한국BMS제약 PM은 “스프라이셀이 1차 치료제로 확대됨에 따라 하루 1회 복용으로 백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슈퍼 백혈병 치료제 라도티닙 비싼 외국의 신약에 도전한 국산 라도티닙은 현재 250여 명의 임상환자를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3상 임상 허가를 신청했다. 사내 공모를 통해 이름이 붙여진 라도티닙(Radotinib)에서 라도는 ‘Representative Antileukemic Drug of Ours’의 약어로 ‘우리의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라는 뜻. 티닙은 항암제를 뜻하는 표기어다. 511번째 합성 끝에 발견한 물질로 510번째 합성 때는 실험실에 화재가 발생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라도티닙은 임상 2상에서 글리벡이나 타시그나 등에 비해 뛰어난 효과를 보이면서 특히 안정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11월 24일 정부 공모에서 신약 임상시험연구 지원과제로 뽑혀 2년간 복지부로부터 38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은 “종전 치료제를 능가하는 약물을 우리 손으로 개발해 신약 주권의 토대를 세웠다”며 “글로벌 신약으로 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