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대표적 좌파로 알려진 진관 스님은 2002년 6월 ‘민중의 소리’에 ‘우리에게는 카다피 같은 지도자가 없는가’라고 한탄하는 글을 썼다. 그는 “카다피 대통령은 미국을 몰아내고도 얼마나 잘사는 나라가 됐는가. 우리도 미국 없이 잘살 수 있다는 모범을 리비아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42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카다피는 지금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살육해 전 세계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리비아 민중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인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는 모범적인 나라가 됐다”고 한 진관 스님의 요즘 심정은 어떨까.
▷‘좌파의 대부’였던 고 리영희 교수도 생전에 카다피를 찬양했다. 그는 자서전 ‘대화’(2005년)에서 “신생 독립국가인 리비아에서 쿠데타로 서구제국주의 괴뢰왕조를 전복한 카다피는 즉시 서방제국주의 자본이 소유했던 유전의 국유화를 단행했어요. 이것은 아랍세계 인민이 결정적으로 서방 자본주의의 착취를 거부하는 몸부림이었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현실로 말미암은 질식과 절망의 상태에서 해방되는 것과 같은 기쁨을 느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