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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등文公이 問曰齊人이…

입력 | 2011-03-02 03:00:00


‘맹자’ ‘양혜왕·하’의 제14장이다. 등(등)나라 文公과 맹자의 대화가 이어진다. 앞 장에서 보았듯이 등나라는 약소국이어서 그 제후인 文公은 인접하는 대국들인 齊(제)나라와 楚(초)나라 가운데 어떤 나라를 섬겨야 나라를 유지할 수 있을지 맹자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맹자는 군주는 마땅히 백성을 사랑하여 민심을 얻어 함께 나라를 지켜야 하지, 요행을 바라서 구차하게 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그 후 제나라는 자신의 영토에 편입되어 있던 薛(설)나라에 성을 쌓기 시작했는데, 설 땅은 등나라에 근접해 있어서 그곳의 築城(축성)은 등나라 군주의 위기감을 증대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등문공은 다시 위와 같이 맹자에게 물은 것이다.

築은 築城을 말한다. 如之何則可는 그것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하고 묻는 말이다. 등薛(등설)이라고 하면 춘추전국 시대의 등나라와 설나라를 합쳐 가리키는 말로, 약소국의 대명사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나라라 해도 一國의 정치는 아무나 맡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단지 한 인물이 덕이 있고 명망이 높다고 하여 맡아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논어’ ‘憲問(헌문)’에서 공자는 ‘孟公綽(맹공작)은 趙(조)나라와 魏(위나라)의 家老(가로)가 되기에는 넉넉하지만 등나라와 설나라의 大夫(대부)는 될 수가 없다’고 했다. 맹공작은 인품이 뛰어나 대국의 가신들 가운데 우두머리 역할은 할 수 있지만 행정적 재능이 없기 때문에 재상의 직책은 맡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外交는 內政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군주 한 사람이 덕을 닦는다고 해서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맹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맹자는 등문공의 질문에 대해 ‘군주로서는 힘써 善을 행하는 일밖에 없다’고 대답하게 된다. 어째서인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