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3루수비로 돌아온 전준우‘대형 3루수’ 꿈 키우며 맡았던 핫코너프로선 송구불안 등으로 외야수 전환양감독 “3루수 맡아라”…캠프 합격점매일 2시간씩 펑고…화려한 비상 꿈꿔
롯데 전준우. 스포츠동아DB
프로 입단 4년째인 올해 ‘친정’인 3루로 돌아왔다. 외야로‘시집’갈 때와 마찬가지로 친정으로 복귀할 때도 감독 뜻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외야로 전향할 때는 아쉬움이 앞섰지만 친정에 돌아온 지금은 자신감이 넘친다.
올 시즌 롯데 붙박이 3루수로 활약할 전준우(25). 2008년 롯데 입단 후 외야수로 변신했던 그가 아마추어 시절, 자신의 꿈을 키웠던 핫코너로 돌아왔다. 최근 가고시마 캠프에서 만난 그는 이미 ‘준비된 3루수’였다.
○조성환, “준우는 대형 3루수의 자질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타석에서 자신감이 작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타구 질도 달라졌다. 김동주 선배나 이대호의 뒤를 잇는 대형 3루수로 클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전준우는 지난해 외야 백업멤버로 시즌 개막을 맞았다. 전준우의 가능성에 주목한 코치들은 전임 로이스터 감독에게 그의 기용을 꾸준히 건의했지만, ‘주전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로이스터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우연치 않게 주전 외야수의 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조금씩 선발 출장 횟수가 늘었고, 그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 시즌도 채 지나지 않아 팀을 상징하는 간판 중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성적은 114경기 출장에 19홈런 57타점, 타율 0.289. 특히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홈런을 때리는 등 유독 요긴할 때 큰 것 한방을 터뜨리는 스타 기질까지 과시했다.
양승호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직후, 전준우를 과감히 3루수로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은 건국대 시절 4년 동안 주전 3루수로 뛰었던 그의 옛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다(당시 양승호 감독은 고려대 감독이었다).
마무리훈련에서 공필성 수비코치로부터 하루에 꼬박 2시간씩 펑고를 받으며 3루수 변신을 준비한 결과, 스프링캠프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그는 양 감독으로부터 벌써‘합격점’을 받았다.
양 감독은 “몇 번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빼어난 국가대표 내야수라도 실책은 하기 마련”이라며 “연습경기 등 그간의 실전을 통해 봤을 때 전준우의 3루 수비는 이미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양 감독은 흔들림 없이 그를 3루수로 기용할 것이고, 이 같은 믿음은 전준우에게 더 큰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준우, “꿈을 다시 찾아 기쁘다.”
그가 로이스터 감독 시절 외야로 간 것은 송구 불안 뿐만 아니라 이대호라는 걸출한 주축 선수가 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야수 전향도, 3루 복귀도 모두 자신의 의지보다는 감독 뜻과 팀 사정에 따른 것이지만 과정이야 어떻든 3루로 돌아온 그는 ‘꿈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건국대 시절, 1학년부터 주전 3루수로 뛰면서 그는 한국프로야구 간판 3루수를 꿈꿨다. 지금도 그 꿈은 변함이 없다. 작년 시즌, 그는 19홈런에 16도루를 기록했다. 롯데 어느 선수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장 접근해 있는 선수가 바로 전준우다.
그간의 연습으로 과거 불안했던 송구 능력을 떨쳐낸 그는 수비에 대한 부담으로 공격력이 떨어질 것이란 주변 우려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그의 시즌 목표는 3할에 ‘20홈런-20도루’다. 이대호, 홍성흔 등 장타를 때릴 수 있는 선배들이 많아 우선 정확한 타격에 목표를 두고 있지만 그는 장차 두산 김동주처럼 ‘장타 능력을 겸비한 대형 3루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예전에 3루를 보셨던 한대화 감독님도 그렇고, 현재 김동주 선배님이나 최정도 모두 한방 능력을 갖춘 선수다”는 그는 “주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대형 3루수로의 성장 욕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조성환의 기대나 양승호 감독의 후한 점수는 게임 때 보이는 플레이는 물론이고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땀을 흘리는 그의 노력에 대한 평가다. 전준우에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꿈을 찾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전준우, 그의 화려한 비상은 이제 막 스타트라인에 섰을 뿐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