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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하 北주민 31명중 4명 귀순…北 “중대 도발…모두 돌려보내라”

입력 | 2011-03-04 03:00:00


北주민이 타고왔던 목선 지난달 5일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통해 넘어온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던 5t 규모의 나무 동력선. 북한 주민들은 보통 속도가 10노트를 넘지 않는 이런 나무배를 10여 명이 함께 타고 조개잡이 조업을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부는 지난달 5일 목선을 타고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주민 31명 가운데 4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며 이들을 제외한 27명을 북한에 송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라며 주민 31명 전원 송환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3일 오후 “북한 주민 31명(남성 11명, 여성 20명) 가운데 4명이 남측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4명을 제외한 27명을 4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고 이들이 타고 온 선박은 서해 NLL 해상에서 북측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남하 이후 26일 동안 경기 시흥시에서 국가정보원과 군, 경찰 등이 참여한 정부 합동신문조의 조사를 받아왔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판문점 적십자채널을 통해 북한 조선적십자회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송환 계획을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발로 정부의 송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날 밤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부당하게 억류된 우리 주민 31명 전원을 배와 함께 그들이 나간 해상을 통해 무조건 즉시 돌려보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를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밝혔다.

담화는 특히 “(남측이) 우리 주민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귀순공작을 하면서 회유 기만 협박으로 남조선에 떨어질(남을) 것을 강요하는 비열한 행위에 매달렸다”며 “이 문제는 북남관계와 관련한 중대한 문제이자 우리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의 대부분은 어린 자식을 둔 가정주부이고 지금 그들의 가족은 그들이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 北 “용납못할 반인륜적 행위”… 남북관게에 돌발 악재 ▼

북한 주민 31명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사실을 특종 보도한 본보 2월 7일자 A1면.

최근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한국과 미국에서 조심스럽게 대화 재개를 모색해 왔으나 이번 사건은 앞으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국제관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관계를 푸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보인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았던 2004년에도 동남아 국가에 체류 중이던 탈북자를 대규모로 남한에 입국시켰을 때 한동안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적이 있다.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은 남성과 여성 각 2명으로 가족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31명은 모두 조개잡이를 할 수 있는 노동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아이도, 고령자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4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남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그들의 자유의사에 반해 돌려보낼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하한 북한 주민들 가운데 일부만 귀순한 경우는 드물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북한 주민이 선박을 타고 남하한 29건 가운데 북측에 전원 송환된 사례는 18건, 전원 귀순한 사례는 9건이었다. 일부만 귀순한 것은 2009년 9월과 지난해 9월 두 차례뿐이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은 북한에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남한에서 기반을 닦은 뒤 데리고 나올 결심을 한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4명은 남하한 직후 귀순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 재번복한 것으로 관측된다.

군 관계자는 31명이 남하한 다음 날인 지난달 6일 동아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일부가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으나 하루 뒤인 7일 정부 당국자는 “31명 전원이 귀환을 원한다”며 “조만간 북한으로 귀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탈북자는 “우리 군의 초동조사 과정에서 개별 의사를 밝혔겠지만 이후 31명 중 지도급 인사들이 ‘하나라도 변심하면 돌아가는 사람은 물론이고 남아 있는 가족이 모두 죽는다’고 전원 귀환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정식 합동신문을 시작하면 대상자들을 1인 1실에 분리 수용하며 지속적으로 자유의사를 묻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사 기간 여러 명이 모여 있으면 진술을 극도로 자제하고 개별 조사에서 말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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