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희평 34년 연재… 날카로운 풍자 명성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박정희 군사정권 초기인 1963년 12월부터 1997년 3월까지 34년 동안 동아일보에 시사만화 ‘동아희평(東亞戱評)’을 연재하며 신랄하고 재치 있는 풍자로 잘못된 정치와 사회 현상을 비판했다. 단 한 컷의 그림 속에 날카로움을 담아냈던 그의 만화는 역사의 고빗길마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겼다. 1987년 박종철 군 물고문 치사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현장 상황을 설명하는 생생한 삽화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고인은 풍자 인물화에도 일가를 이뤘다. 2001년에는 ‘21세기 한국을 빛낼 인물들’을 주제로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끌어온 78명의 인물화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1986년 서울언론인클럽 만화상, 1990년 서울시문화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금순 씨와 아들 낙천 씨(사업), 딸 혜련 혜숙 혜선 씨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은 5일 오전 8시. 02-2072-2014
박종철 군 물고문 치사사건의 현장을 재구성한 백인수 화백의 삽화. 1987년 1월 19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다. 동아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