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권순활]정운찬式 이익 共有制

입력 | 2011-03-04 03:00:00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는다. 매년 초 “작년보다 두 자리 매출 증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만 밝힌다. 현대자동차는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 목표만 내놓을 뿐 금액은 공개하지 않는다. 포스코는 2009년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치를 발표했으나 지난해부터 영업이익 추정을 포기했다. 주요 기업의 이런 방침은 연간 이익을 예상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국내외 경쟁사에 경영전략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共有制)’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 중소기업, 학계와 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실무위원회를 만들어 초과이익 공유제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연초에 설정한 이윤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일부 초과이익으로 동반성장기금을 만들어 협력업체에 제공한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대기업들의 연초 목표치에서 실제 연간 이익을 빼면 초과이익을 산출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찾기 어려운 초과이익이란 애매한 개념을 내세워 이익 공유제를 강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많은 대기업이 목표보다 실제 이익이 더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목표이익을 부풀릴 것이다. 연말로 갈수록 장부상 이익을 경쟁적으로 줄이려는 웃지 못할 일도 예상된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과 세계 경제 침체 재발 우려 등 악재가 몰려오는 현실에서 ‘정운찬식(式) 이익 공유제’로 대기업을 옥죄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절실하다는 말은 맞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가급적 여러 부문에 돌아가야 한다는 견해에도 동의한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 같은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일부 대기업의 일탈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포퓰리즘에 기반한 무리수를 두면서 대기업을 압박하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정 위원장은 초과이익 공유제가 반(反)시장적, 사회주의적 분배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한다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불필요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비현실적 주장은 이쯤에서 접는 것이 옳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